
“그게 진실이지?, 당신은 그냥 앉아서 얘기만 한 거야”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선 네 남녀의 이야기가 관객들을 만난다.
춘천 출신 변유정 연출가의 연극 ‘컬렉션’이 지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렸다. 영국 극작가 헤롤드 핀터의 ‘컬렉션’이 원작인 이번 작품은 진실과 거짓, 그 모호함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동성 커플 해리와 빌, 대화를 잃은 부부 제임스와 스텔라. 네 남녀는 출장지에서 만난 빌과 스텔라의 하룻밤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인다. 외도였을까, 우연이었을까, 애초에 두 사람이 만나기는 했을까? 네 인물의 진술이 엇갈릴수록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고 네 사람의 관계 역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얽혀 간다.

작품은 서로를 의심하고 동정하고, 또다시 속이는 인물들의 위태로운 심리를 침묵에 담았다. 대화가 멈춘 사이 인물들의 시선과 위치가 경계와 흥미, 멸시와 고독을 표현한다. 침묵을 메운 천둥소리는 인물들의 혼란과 분노를 표현하고, 푸른빛의 조명은 인물의 고독과 냉소를 비춘다.
변유정 연출가 특유의 섬세한 연출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확증편향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강신구(제임스), 김신기(해리), 정원조(빌), 최나라(스텔라)의 연기 역시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작품은 중요한 것은 진위가 아니라고 말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우리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1961년 영국에서 쓰인 작품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오늘날 한국의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강원을 뿌리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예술가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희곡의 정서를 무대 미학으로 구현해 낸 배우 겸 연출가 변유정과 장면의 정서와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남궁진 조명디자이너 등의 감각이 극 곳곳에 녹아들었다.

변유정 연출가는 “인물들의 시선과 동선, 무대의 높이와 음악의 템포를 통해 흐르는 시간과 얽히는 관계를 표현해내고자 했다”며 “진실같은 거짓, 거짓같은 진실이 난무하는 시대, 이 작품이 정신을 차리고 감각을 열어 진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품은 오는 10일까지 관객들을 만난다. 공연문의는 (02)399-1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