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무한 책임기구인 국가정보원은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대통령이나 정권이 몇 번 바뀌더라도 그 책무를 내려놓을 수 없다. 북한을 마주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미국의 정보 수집 능력은 세계 최고다. 지구 구석구석을 낱낱이, 면밀히 들여다본다. 그런 미국이 정보 수집에서 가장 애를 먹는 상대가 다름 아닌 북한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죽었을 때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51시간 뒤 북한 TV 공식 발표를 보고 알았다. 첩보위성이 24시간 가동되었어도 북한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김일성이 죽은 1994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평양의 공식 보도 5분 뒤 오찬장에서 쪽지 보고를 받고 알았다. ▼국정원의 활약상은 일반인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 알려져서도 절대로 안 된다. 이는 정보기관의 숙명이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고 한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이름이 시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이 계속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권위주의 시대를 청산하고 민주화 시대가 활짝 열렸는데도 달라지지 않았다. 정치 공작으로 악명을 떨쳤던 남산의 중앙정보부 시절이 유독 심했다. 간판을 새로 달고 원훈을 바꿔도 시련은 멈추지 않는다. 안전기획부 예산을 총선 자금으로 썼다는 안풍사건, 미림팀 불법 도청사건이 그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구속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오욕으로 얼룩진 부끄러운 과거사다. ▼내부 분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던 국정원의 수뇌부가 전격 경질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가정보원장과 1차장, 2차장을 동시에 교체했다. 후임 원장을 공석으로 둔 채 급한 대로 신임 1차장에게 원장 직무대행을 맡겼다. 정보기관 고위직 인사 다툼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상황이 국민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서열 1~3위가 동시 경질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입만 열면 ‘안보 위기’가 엄중하다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국정원이 무력화되면 누가 가장 좋아할지는 뻔하다. 대한민국 국정원과 공존할 수 없는 북한과 종북 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