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강원 자영업 다중채무자 2년 새 대출 4조원 늘어…증가율 전국 2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 빌린 자영업자 도내 5만5,000명
다중채무액 2021년 11.5조원에서 올해 15.4조원으로 불어
금융당국 은행권에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이자감면 요구

◇[사진=강원일보DB]

최근 2년 사이 강원특별자치도 내 자영업자들이 여러 금융기관에서 끌어모은 다중채무가 4조원 가까이 늘며, 전국에서 두번째로 큰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자 수도 5만5,000명에 육박하면서 고금리 시대 자영업자들의 금융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주에서 식품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40대)는 최근 신용대출 2,000만원에 대한 연장을 상담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금리가 8%대로 오를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코로나19 기간 받은 정책대출에 사업자대출, 신용대출이 더해지면서 신용도가 700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다. A씨는 "코로나19 3년을 겨우 버텨 이제야 매출이 느나 했더나 벌어도 남는 것이 없다"며 "개인회생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6월) 기준 도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1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 다중채무자로 분류했다.

도내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잔액은 2021년 2분기 11조5,000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동기 14조7,000억원으로 28.6% 늘었고, 올해 15조4,000억원으로 더 불어났다. 최근 2년 간 증가율은 34.6%에 달한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7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채무자 숫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6월말 4만3,000명이었던 도내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는 올해 5만5,000명으로 2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내 다중채무자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2억6,700만원에서 2억8,200만원으로 5.6% 높아졌다. 1인당 대출액 증가율만 떼어놓고 보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는 코로나19 기간 경기 악화로 자영업자들의 대출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정부의 금융지원에 따라 은행의 대출태도 또한 완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지원이 늘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보다 쉬워졌고, 다중채무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규모와 변동금리 비중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금리가 0.25%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은 연 73만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은행 등에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직접적 이자 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상생금융과 관련해 "기금을 만들기 보다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기본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주요 금융권은 연말까지 구체적 이자 감면 대상과 폭을 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