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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어촌 심언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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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입고 춤을 춘 색동옷 깨어보니 아닌데/ 입고 있는 옷 분명하네 어머니 손수 지어주신 것 (중략) 몇 번이나 눈물 흘리며 봄 햇살 은혜 우러르네.” 어촌 심언광(沈彦光·1487~1540년) 선생의 한시 ‘몽자안(꿈속 어머니 얼굴)’의 일부다. 그의 한시는 번역본으로도 풍부한 감성이 전달된다. ▼조선 중기 문신 심언광은 강릉 출신 가운데 매우 드물게 판서(判書)를 지냈다. 중종 2년 진사시에 합격하고, 이어 1513년 식년문과에서 급제한 후 청요직(淸要職)을 두루 거쳤다. 총 850수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인정받았다. 본관은 삼척(三陟). 집필한 책으로는 시문집인 어촌집(漁村集)이 있으며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1530년(중종 25년) 강릉시 운정동에 해운정(海雲亭)을 짓고, 문장과 풍류를 즐겼다. 해운정은 겉은 소박하고 안쪽은 세련된 조각이 장식된 별당 건물로 강릉에서 오죽헌 다음으로 오래됐다. 건물 앞에 걸린 현판은 송시열의 글씨이고, 내부에는 권진응, 율곡 이이 등 위인들의 글이 걸려 있다. 그의 묘소 또한 운정동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절박하고 솔직한 어촌의 사람됨과 시문에 능한 인물이라는 것이 기록돼 있다. 정사룡과 글 점수가 같아 2차 시제 평가에서 1등을 했다는 역사도 이채롭다. 생활 시인으로 특히 죽은 이를 애도하는 애도시는 당대 국가 최고여서 국가에서 어촌에 부탁한 사례가 많았다. 그의 아름다운 시문(詩文)이 담긴 ‘어촌집’은 2006년 강릉문화원의 ‘국역 어촌집’ 번역 이후 점차 대중에게 알려졌다. ▼어촌의 한시는 16세기 초 우리 문학사의 새 면면을 발견할 수 있는 귀한 자료다. 문인이자 경세가였던 선생을 심도 있게 연구하기 위한 ‘제14회 어촌 심언광 전국학술세미나’가 오는 10일 강릉문화원에서 열린다. 국역 어촌집, 어촌시 평설을 공유하고 인물을 재조명하는 학술 행사다. 국민들이 심언광의 생애와 업적·가치를 쉽게 이해하고, 우리 지역 역사 인물에 대한 인식 확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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