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월요칼럼]춘천의 3대 폭포

서병조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우리나라 3대 폭포 가운데 2개가 강원도에 있다. 개성의 박연폭포, 금강산의 구룡폭포, 그리고 설악산의 대승폭포가 대한민국 3대 폭포로 꼽힌다. 춘천의 3대 폭포로는 삼악산의 등선폭포, 봉화산의 구곡폭포, 청평사가 위치한 오봉산의 구송폭포를 꼽는다. 아홉 그루의 소나무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서 명명된 구송(九松)폭포는 아홉 가지 소리가 난다고 해서 구성(九聲)폭포라고 불리기도 한다.

춘천 삼악산에는 있는 등선폭포는 1개의 폭포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6개의 폭포로 이뤄져 있다. 등선폭포 산행로 입구에 들어서면 금강굴이라고 불리는 규암 절리로 이뤄진 협곡이 나타나고 계곡에서 상쾌하고 청량한 바람이 불어온다. 등선 제1폭, 제2폭을 지나면 승학폭포, 백련폭포, 비룡폭포, 주렴폭포를 연이어 만난다.

등선폭포에서 북한강을 건너 강촌으로 가면 봉화산 자락에 있는 높이 50m의 구곡폭포를 만나게 된다. 봉화산이 품고 있는 생명수가 아홉 골짜기를 휘돌아 흘러내리고, 선녀의 날개옷처럼 하늘거리는 아홉 가닥의 사뿐한 물줄기, 그 조화로운 물소리가 아름답고 단아한 폭포다. 겨울에 빙벽등반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소양호 한쪽에 우뚝 솟아 있는 오봉산 기슭에 천년의 숨길로 만나는 고려 선원 청평사에 오르다 보면 구송폭포를 만난다. 폭포는 그리 높지는 않지만,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괴석과 울창한 나무, 맑은 물소리가 어우러져 수려한 풍광을 선사한다. 화려한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 경치가 특히 아름답다.

이어령은 ‘폭포와 분수’라는 수필에서 폭포수와 분수가 동양과 서양의 각기 다른 문화의 원천이 됐다고 썼다. 폭포는 심산유곡에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자연의 물이고, 분수는 도시의 가장 번화한 곳에서 구경할 수 있는 도시의 물, 중력을 거스르는 문명의 물이라는 것이다. 이 차이에서 운명과 인간과 자연에 대한 동양인과 서양인의 다른 태도를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면 유명한 분수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에는 분수가 그리 많지 않다. 도리어 도시마다 인공폭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춘천 후평동에도 가동시간이 제한돼 아쉽기는 하지만, 멋진 인공폭포가 하나 있다. 정선 사북에는 별빛이 흐르는 인공폭포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그만큼 중력을 거스르는 분수보다는 자연에 순응하는 폭포에 우리의 심성이 맞닿아 있는가 보다.

서울 창덕궁 후원의 가장 안쪽 골짜기에 옥류천이 흐른다. 시내가 흘러내리는 큰 바위 위에 홈을 파서 물길이 바위를 한 바퀴를 돌게 만든 다음, 물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바위를 수직으로 깎아 폭포처럼 물이 떨어지게 인공폭포를 만들었다. 기껏해야 3m 남짓한 폭포를 두고 이백의 시 ‘망여산폭포’의 한 구절을 빌려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을 새겨넣었다. 3,000척이면 900m에 이르니 우리 선조들의 풍류와 해학을 엿볼 수 있다. 하기야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폭포인 베네수엘라 앙헬폭포의 높이가 979m라고 하니 조상들의 혜안이 존경스럽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중심도시 춘천에는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등선폭포, 구곡폭포, 구송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몸이 지칠 때 가까운 계곡에 있는 폭포를 찾아 물소리와 바람소리와 새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자연이 선사하는 치유를 맛보고 선조들이 걸어간 길에 우리의 삶을 투영하다 보면 어느덧 분방하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에 우리의 근심과 걱정을 말끔하게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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