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22년 기준 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7명)에 크게 못 미치는 최하위다. 의사 배출 규모는 더 열악하다. 2021년 국내 의대 졸업자는 인구 10만명당 7.3명으로 OECD 평균(14명)의 절반이다. 내후년부터 정원을 매년 1,000명씩 늘려도 2035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49명으로 OECD(4.5명)를 못 따라간다. ▼의사 부족의 부작용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올 6월 경기 용인에서는 차에 치인 70대 노인이 응급실을 찾지 못해 사고 현장에서 100㎞ 떨어진 병원으로 향하던 중 결국 숨졌다. 당시 119구급대가 치료를 요청한 병원은 모두 12곳이었다. 올 3월 대구에서는 건물에서 떨어진 10대 여학생이 병원 8곳에서 퇴짜를 맞고, 2시간 넘게 구급차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숨졌다. 그래서 요즘 인술(仁術)을 가진 의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편작(扁鵲)에게 “당신은 의술(醫術)에 있어서 신(神)”이라고 하자 편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의술에 있어 자신의 큰형이 가장 뛰어나고, 둘째 형이 그다음이며, 자신이 꼴찌라고 했다. 하지만 돈은 자신이 가장 많이 벌고, 그다음 둘째 형, 그다음은 의술이 가장 뛰어난 큰형이라고 했다. 이유인즉 큰형은 사람들이 병이 나지 않도록 했고, 둘째 형은 작은 병이 큰 병이 되지 않도록 했고, 자신은 큰 병이 되어야 이를 발견하고 고친다는 것이다. 중국 주나라 때 전설적인 명의인 편작. 자신을 하잘것없는 의사로 낮췄다. 과연 천하의 명의다운 태도다. 편작의 지적처럼 의사도 다 똑같은 의사가 아니다. 실력이 출중한 의사가 있는가 하면, 돈벌이에 급급한 의사도 없지 않다. 그리고 실력에 인품까지 갖춘 의사도 있다. ▼의대 입학 정원을 2025년 대입부터 1,000명 이상 늘리는 정부의 방안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의료계를 지켜보면서 주나라 편작의 얘기가 짙게 오버랩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