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0월7일 하마스(팔레스타인 이슬람주의 무장정파)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규모 침공을 감행했다. 유대교의 명절을 노린 새벽 기습으로 5,000여발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본토를 폭격하면서 사상 초유의 피해를 봤다.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등이 이어지며 발발 11일째인 18일 현재 총 사망자가 2,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될 정도다. 이-팔의 충돌은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 선언, 1967년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의 일부를 점령한 ‘6일 전쟁’, 1993년 9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평화협정, 그리고 이에 반발한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들의 테러와 이어진 보복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팔 갈등과 전쟁의 역사는 현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남다르게 바라봐야만 한다. ▼먼저 무차별한 폭력은 더 많은 폭력을 낳게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 사례에서도 보고 있듯, 그 어떤 명분에도 상대방에 대한 군사적 공격은 반드시 복수를 불러오며 그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숨지거나 다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또 외부 개입으로 이뤄진 평화는 국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일시적인 현상으로 머물기 쉬운 만큼 당사자 스스로 협상의 주체가 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협상 당사자들 또한 자국 국민들의 뜻을 외면한 채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좇아 움직인다면 폭탄을 안에 둔 채 포장을 한 상태와도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팔의 관계와 같이 종교적인 갈등이 심하다거나, 민족이 다양하다거나 하지 않다는 점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다. 게다가 우리는 분단 직전까지 하나의 영토에서 하나의 민족으로 50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외세를 극복하며 이뤄놓은 정체성도 강하다. 끊임없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완전하고 안전한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