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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상리공생(mutu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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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리공생’이라는 말이 있다. 한자로 풀자면 서로 이익을 주며,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다. 여기에 둘 이상의 사람, 사물 사이를 규정하는 관계가 붙으면 세상 가장 합리적인 파트너가 탄생한다. 쉽게 풀자면 ‘악어와 악어새' 관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을 만드는 관계 쯤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생태계에는 꽤나 많은 상리공생 관계들이 존재한다. 개미와 진딧물, 소라게와 말미잘이 그렇다. 서로 깐부 관계인 셈이다. ▼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그가 쓴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가 창조해 낸 생존기계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인간은 이 유전자를 보존하고 후세에 남기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전쟁 직후, 출생아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도 유전자가 설정한 프로그램에 의한 본능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 유전자가 본래 이기적이라고 정의한다면, 자신의 흔적을 후대에 오랫 동안 남기기 위해서 상대방을 없애는 방식만을 최선으로 생각할까. 재미있는 점은 생태계에서 서로 상호 작용을 하는 종들은 함께 진화하는 ‘공진화’ 과정을 어김없이 거친다는 것이다. 치타와 영양의 관계처럼 포식과 피포식자의 속도가 모두 빨라지거나, 천적관계에 있는 동물의 독에 대한 면역이 생기는 식의 변화가 그 것이다. 물론 서로가 이익을 주고 받는 상리공생 관계도 생겨나는 것이다. ▼공생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한 종만이 이익을 얻지만 나머지 한 종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편리공생’, 반대로 한 종만 피해를 입고, 나머지 한 종은 그대로인 ‘편해공생’ , 마지막으로 한 종만 이익을 얻고, 나머지 한 종은 피해를 입는 ‘기생’이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흡사 어지롭기만 한 우리 정치판을 떠올리게 한다. 본래 이기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유전자도 함께 성장하면서 나름 타협이나 협상이라는 걸 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결정을 내린다. 하물며 그들이 그럴진대, 상리공생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만나는것 까지는 해야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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