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종홍칼럼] 희망·감동 사라진 정치, 추석 민심으로 심판해야

민족 대이동으로 요동칠 여론에 관심 집중
먹고 사는 문제에 내년 총선까지 화두될 듯
국민 민생 입법 잘잘못 제대로 평가해야

한국 정치에는 두 개의 중요한 민심이 있다. 설 민심과 추석 민심이다. 민족 대이동에 민심도 요동을 친다.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민심의 풍향계를 파악하기 위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는 연월차 휴가까지 쓰면 최장 12일까지 가능하다. 많은 국민이 가족과 고향을 찾아 움직이면서 자연스레 여론의 향배가 정해질 것이다. 추석 밥상에서는 늘 경제·정치 문제가 가장 큰 화두가 됐다. 이번 추석에서는 다시 치솟는 물가와 집값, 실질 소득 감소, 유가와 전기료 걱정, 점점 팍팍해지는 생활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잘잘못에 대한 논쟁과 평가도 빠질 수 없다.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에 대해 따져보고 7개월 앞으로 다가온 22대 국회의원 선거 입지자들에 대한 품평도 이뤄질 것이다.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 때 선거일이 12월에서 5월로 당겨졌고 20대 윤석열 대통령부터 3월에 대선이 치러지고 국회의원 선거는 4월에 실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추석 민심보다는 선거를 목전에 둔 설 민심이 더 중요하게 됐다. 여기에 갈수록 양극화되고 있는 ‘정치적 견해’에 민심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추석 민심이 주목을 받는 것은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훨씬 높은데도 9월 초까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나아지지 않고 있는 민심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를 부정 평가한 사람도 많지만 단식을 하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이도 많다. 여론의 반등이 필요한 여야다. 1997년 15대 대선에선 ‘이회창 대세론’이 추석 전후로 꺾이며 김대중 후보가 앞서나가는 계기가 됐던 게 추석 민심이다. 반대로 18대 대선 당시에는 추석 직후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가 박빙이긴 하지만 문재인 후보 등과의 다자대결에서 앞서면서 승기를 잡았다.

안갯속 같은 정국 주도권과 내년 총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추석 민심이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더 신경이 쓰일 수 있다. 더구나 세계 경제가 최소한 내년까지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는 때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고물가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다. 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가 성장률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은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경제의 3대 지표인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하락하는 양상이다. 이른바 트리플 감소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 가계 대출이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하는 등 가계 부채가 재차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도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청년 취업난 속에 우리 경제가 올 하반기에 나아질 거라는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은 물 건너가기 직전이다. 국가경제의 총체적 위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민생 입법과 대책을 마련하는 정부와 여야의 역할에 대한 국민 평가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에서는 희망과 감동이 사라졌다. 오히려 국민에게 좌절과 분노만 주고 있다. 정부와 여야 모두 남 탓, 상대 탓이다. 민심을 헤아리기는커녕 갈수록 험한 말만 내뱉고 있다. 이로 인해 분열과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미국 정치학자 엘머 샤츠슈나이더의 말대로 갈등은 민주주의의 엔진이다. 그러나 갈등이 관리 범위 내에 있도록 하는 게 정치다. 정치인이 말을 몽둥이처럼 휘두르면 민심이 떠난다. 책임을 외면하고 신뢰를 잃으면 더는 정치를 할 수 없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가 판을 친다. 공정과 정의의 가치는 훼손되고 편가르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를 바라봐야 하는 국민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이제 추석 민심이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추석 민심이 몰염치한 정치를 심판하고 경종을 울려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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