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신인들 사이에서 포럼 및 연구소 개설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역 의원보다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여겨지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춘천권에 출사표를 던진 허인구 전 G1사장은 '인구연구소(가칭)' 개소를 준비하다가 잠시 중단했다. 자신의 이름과도 같은 '인구연구소'는 춘천뿐만 아니라 강원특별자치도가 풀어야할 현안인 인구(人口)문제를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적인 영역 속에서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계획했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12월 예비후보등록 이후로 개소를 미뤘다. 허인구 전 G1사장은 "예비후보 등록 전까지 신인들이 선거를 준비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지인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조차 확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춘천갑'에 도전장을 낸 무소속 박영춘 전 SK그룹(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은 추석 명절 전인 이달 중 자신의 전문 분야인 '경제'를 중점에 둔 정책연구소 형태를 고민 중이다. 박 전 부사장은 "춘천 발전을 위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지인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지자들은 포럼과 연구소를 개설하거나 고민 중이지만 '선거법 리스크'로 인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포럼은 제87조 '단체의 선거운동 금지', 연구소는 제89조 '유사기관의 설치금지' 조항에 저촉될 위험이 있어서다. 해당 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사무소, 선거연락소 및 선거대책기구 외에는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해 선거추진위·후원회·연구소·상담소 또는 휴게소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설립 또는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올 2월 출범한 '설악권 희망포럼' 상임대표를 맡았으나 내려놓고 일반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역발전 정책 제언을 위한 토론회도 진행했으나 지금은 운영을 멈추고 조직 재정비 단계다. 김 전 사령관은 "포럼 단체대화방도 있지만 정치적인 이야기는 누구도 못 쓰게 하고 있다"며 "혹시 선거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오해의 싹을 잘라내기 위해서 모든 정치적 행위를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춘천-철원-화천-양구 을' 선거구 출마를 준비 중인 유정배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도 "개인 연구소를 준비해보려 했는데 위험부담에 비해 효과가 높아보이지 않아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는 방향을 바꿔 출판기념회를 기획하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선거운동이 과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치신인들이 할 수 있는 행위의 범위가 너무 좁아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