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과 숫자는 합계출산율 2.1명이다. 장기적으로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출산율이 2.1명이다. 이론적으론 인구의 절반인 여성 1명이 평생 2명의 자녀를 낳는다면(출산율 2.0명) 현재 인구가 유지된다. 다만 자연 성비, 예상치 못한 사망 등을 감안했을 때 통상 출산율 2.1명이 인구 유지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인구는 국가 발전의 핵심 요소다.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19∼20세기에 국가가 생각하는 성공의 척도는 영토 크기, 국내총생산(GDP) 증대와 아울러 인구 증가였다. 인구가 늘어야 더 많은 세금을 걷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할 수 있었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제국의 위력은 인구에 있다”고 했다. 로마제국은 황금기였던 클라우디우스 황제 때 인구가 1억2,000만명을 넘었지만 멸망을 앞두고 5,000만명으로 줄었다. ▼한국이 인구정책을 편 것은 1960년대부터다. 물론 정책의 기준은 출산율 2.1명이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엔 출산율이 너무 높아 산아를 제한하기 위한 정책(가족계획)을 썼다. 통계청의 공식 통계가 시작된 1970년의 출산율은 4.5명이었다. 출산율이 2.1명을 밑돈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출산율은 1982년 2.4명에서 1983년 2.1명으로 떨어졌으며 1986년엔 이미 1.5명대로 급감했다.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낮아졌다는 소식이다. 인구 감소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의 출산율 하락 속도가 유난히 빠르다. 2021년 한국의 합계출산율(0.81명)은 세계 평균(2.32명)의 3분의 1, 유럽(1.48명), 북미(1.64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와 홍콩을 제외하면 세계 최저다. 심각한 수치다. 통상 하반기 출산율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출산율이 0.6명대로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기우가 아니다. 지역 소멸 위기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 국가 소멸이 어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