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살갑게 찾아왔다. 여름이 바다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산의 계절이다. 숲 연구가 윌리엄 에번스는 ‘숲속에서 당신의 생은 새롭게 펼쳐지고 당신은 생에서 가치 있는 것들을 추려내는 능력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미꾸라지가 누렇게 살이 오르고 청춘일 것만 같던 호박이 배불뚝이가 되어 누르스름하게 익어 간다. 햇살에 영그는 가을은 우리에게 올 한 해의 멋진 마무리를 꿈꾸게 한다. ▼8월 말부터 9월 초는 우리나라도 태풍 사정권이다. 국내 태풍 중에는 2002년 8월 말 한반도를 관통하며 사망과 실종 246명과 5조원대 손실을 입힌 ‘루사’가 유명하다. 피해 규모는 이보다 작았으나 이듬해 9월 추석 때 찾아온 태풍 ‘매미’는 각종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무섭다는 속설을 증명했다. 지구 온난화로 대형 가을 태풍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다행히 남쪽 바다에서 올라오고 있는 9호 태풍 ‘사올라’, 11호 ‘하이쿠이’, 12호 ‘기러기’는 한반도를 비껴 간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차례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추석 성수품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원화 하락, 유가 상승 등으로 물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통계청이 올 2분기 가계 동향을 조사한 결과 지역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가구당 실질소득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줄었다. 기업들의 수익지표가 되는 사업소득은 원자재 가격과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지는 않을까. ▼‘대한민국의 산림 수도’인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오는 22일부터 31일간 ‘2023 강원세계산림엑스포’가 개최된다. ‘세계 인류의 미래, 산림에서 찾는다’를 주제로 열리는 국내 첫 산림엑스포다. 10개 해외 지방정부와 200여개 국내 단체·기업이 참여한다. 하지만 행사 기간인 9월 말 추석 황금연휴에 해외여행 예약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