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 잼버리 사태와 강원도 분권

현진권 강원연구원장

잼버리 사태로 인해 지방자치제에 대한 비판이 많다. 잼버리 관련 재원과 책임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배분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에 야기된 결과다. 비록 잼버리 사태는 전북에서 발생했지만, 지방자치제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인식은 전국적으로 대동소이할 것이다. 강원도는 특별자치도라는 법적 지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올바른 분권국(Gangwon state)이 되기 위해서는 분권의 본질에 대한 고통스러운 성찰이 필요하다.

강원도에서도 국비 확보 홍보 현수막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중앙정부로부터 국비를 얼마 확보했느냐가 정치인의 유능함을 평가하는 지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강원도가 특별자치도가 되었음에도 분권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어떻게 하면 국비를 많이 확보하느냐에 멈춰 있다. 조금 더 간단히 표현하면, 강원도 발전을 위한 강원도 분권이 중앙정부로부터 국비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라는 착각이 지배적이다.

지방자치제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지방이 스스로 다스린다는 ‘지방자치’라는 용어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는 감성적 구호일 뿐이다. ‘지방자치’가 아니고 ‘분권’이다. 중앙정부와 강원정부 간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에 관한 문제다. 인류 역사를 보면 권력을 스스로 내어준 사례는 거의 없다. 뺏고 빼앗기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목숨이 희생됐다. 현대사회에서는 권력으로 목숨을 잃지 않지만,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논리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권한’과 ‘책임’은 다른 말로 ‘정책 자유’와 ‘재원’이다. 강원도가 스스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권한이고, 분권이다. 이러한 권한은 자유라는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르므로, 정책 권한의 책임은 재원을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다. 정책 자유를 가지면서 국가에 재원을 달라고 하는 것은 권한은 갖되 책임은 중앙정부가 부담하라는 말과 같다. 권한은 본인이 가지면서 책임은 타인에게 전가하는 원리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권한을 포기하면, 책임도 없다.

자유라는 관점에서 인류 역사를 보면, 노예는 자유가 없지만 밥은 보장되었다. 결국 자유를 가지면서 밥을 걱정하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자유 없이 밥도 걱정 없는 삶을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다.

분권도 이러한 논리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망해도 좋다는 용기가 있는 지역만이 분권이라는 자유를 요구할 수 있다. 분권하면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팽배해 있다. 분권은 곧 국비 확보이고, 지역 발전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분권한다고 지역이 발전하지는 않는다. 강원도에 국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강원도에 국비가 필요한 이유는 강원도가 열악하기에, 강원도 발전을 위해 국비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전 국민의 안보와 환경 보전을 위해 강원도민이 침해받는 재산권 비용이라는 청구서를 국비를 통해 받아야 한다. 국가 안보와 환경 보전이라는 명분으로 제약된 경제활동, 즉 재산권을 침해당한 비용이 바로 국비인 것이다.

강원도 분권은 중앙정부와 강원정부 간 권한과 재원의 배분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기반으로 국비 확보의 명분을 이야기해야 한다. 가난하기에 무언가를 중앙에서 더 많이 가져와야 하고,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확보해야 유능한 정치인이라는 고질적인 인식의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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