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미래세대에 맑은 물 물려주자

김정환 원주지방환경청장

김정환 원주지방환경청장

요즘처럼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며 우리를 지치게 하던 시기가 있었던가 싶다. 장마는 지속적으로 비가 오는 일정한 기간이라고 생각해 왔던 생각을 비웃기나 하듯이 짧은 시간 극한의 국지성 폭우가 내리고 이른 태풍 북상에 따른 자연재해 등 ‘기후위기’라는 말을 몸소 느끼게 된다. 환경학적 맥락에서 이러한 자연 현상의 변화는 삶과 밀접하게 관계돼 있고 그중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물’이다. 과거에는 당연하게 생각됐던 물과 관련된 환경적 변화가 지금은 직면한 사회적 위기 요인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점오염원으로 인한 수질오염의 사회적 이슈다.

비점오염원이라는 용어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아무래도 언론매체, 정책 등에서 사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주변에는 이미 많은 오염원이 있고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의·타의적으로 오염을 시키고 있다. 오염원은 크게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으로 분류된다. 점오염원은 산업시설, 정화시설 등 오염원 위치가 명확하고 구체적 특정시설에서 발생하는 오염이며, 비점오염원은 비료 및 농약 사용, 토양 유출 등 특정한 지점에 국한되지 않고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하는 오염이다.

1960년대 초반에 시작된 고랭지 농업은 이미 익숙한 영농 방식이다. 기술 개발을 거쳐 대규모 채소 재배로 발전됐다. 그러나 가파른 경사면에서 재배 방식과 재배지역 대부분 한강지류에 위치, 국지성 폭우와 맞물려 발생하는 토양 유출로 인한 흙탕물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에 쓰이는 비료에는 질소, 인 등이 다량 포함됐고 잔여 물질은 그대로 토양에 쌓인다. 또 고랭지 밭 경작은 4~10월에 행해지는데 그 기간은 장마와 태풍이 동반하는 시기로 연평균 강수량의 70%가 집중돼 결국 하류로 흙탕물 유출과 영양염류 과다로 인한 부영양화 등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환경부는 2008년부터 강원지역 8개 시·군에 7곳의 비점오염원관리지역을 지정해 수질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흙탕물 하천 유입을 최소화하는 침사지 및 우회수로 설치 등 유출경로 관리 사업을 추진해 2022년 기준 관리지역 지정 이전에 비해 북한강 상류 61.9%, 남한강 상류 69.4%의 수질 개선을 확인했다. 다만 강우가 집중되는 장마와 태풍 시기에는 관리시설 기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투입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주민의 참여와 관심이 바탕이돼야 한다. 이미 650여명의 민간 거버넌스가 구축돼 역량을 강화하는 등 지역 상황에 맞는 흙탕물 저감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이 지역을 가꾸고 살아가야 할 미래세대에게 과거부터 지켜 온 맑은 물이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스스로 터전을 지켜 가며 꿈을 키워 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가야 한다.

환경부도 미래를 이끌어 갈 세대의 의식 전환이 매우 가치 있음을 인식하고 비점오염관리지역 내 초교생을 대상으로 흙탕물 저감 실천 그림 그리기 공모전을 추진한다. 지역에서 흙탕물이 발생하는 이유와 문제점, 맑은 마을하천을 살리기 위한 실천 활동 등을 주제로 8월28일부터 11월10일까지 실시되는 공모전은 미래세대의 환경 감수성 함양에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흙탕물 저감을 실천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현재는 물론 앞으로 미래를 살아가는 모두의 삶의 가치를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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