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나 시장에서 장보기가 무서운 요즈음이다. 안 오른게 없다는 주부들의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현재 물가를 2010년과 비교해보니 13년 새 50개 품목이 46.2% 상승했다. 체감물가와 밀접한 가공식품은 61.7%나 치솟았다. 서민들의 입에서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추석을 앞두고 '김장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배추, 무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이 한 달 새 2배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일 값도 춤을 추기 시작한다. 다가오는 올 추석이 예전만큼 반갑지 않은 이유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산정한 올해 7월 강원지역 아파트 분양가격지수는 2014년 보다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집값은 뛰고 실질 소득은 줄고 있으니 내 집 마련의 꿈도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경제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서는 소비자물가는 수입물가 하락, 전년 물가상승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업의 가격설정 행태 변화, 임금상승세 지속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평가했다. ‘상저하고’(上低下高·경기가 상반기까지 부진하고 하반기부터 살아나는 흐름)를 예측했던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로 유지했지만 중국발(發) 경기 하방 리스크가 증폭될 경우 전망치를 추후 1% 초반대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미약하다면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낮췄다. 금융위기(2009∼2011년)와 코로나 팬데믹(2020∼2021년) 등 위기가 닥쳤던 기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국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칫하면 우리 경제가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1%대 성장률을 기록할 판이다.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곧 나아질 것이라는 간절함마저 놓아야 할 분위기다.
세태는 또 어떤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21일 오전 9시까지 '살인예고' 글 431건을 발견해 작성자 192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0명을 구속했다. 또 경기 성남시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특별치안 활동에 나선 지 보름 만에 흉기 관련 범죄 227건을 적발했다. 심지어 테러 위협까지 등장했다. '전국 관공서, 대학 등을 폭파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 신고가 접수돼 곳곳을 수색할 정도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7일에는 대낮에 서울 신림동 산속 둘레길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폭행하고 성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해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마치 우리 사회에 범죄의 극한호우가 몰아치는 듯 하다. 그래도 길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던 우리 사회다. 하지만 이제는 낮에도 조심해야 하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평온했던 우리의 일상이 위협을 받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양극화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불안한 민심은 한가닥 희망을 걸고 정치를 바라본다. 하지만 정쟁만 일삼는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 국민의 고단한 삶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는 어렵다. 당장 국격만 실추시킨 잼버리 대회를 둘러싼 네탓 공방,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한 엇갈린 평가 등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습에 오히려 걱정만 더 커진다. 여야의 한목소리를 들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 신뢰는 사라진지 오래다. 오히려 정치 실종이 위험 수위에 다다른 듯 하다. 과연 민심을 헤아릴 생각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패거리를 지어 상대를 모함하고 헐뜯는 행태는 지금이 조선시대보다 훨씬 유치하고 천박하다’는 사극 작가 신봉승씨의 말이 떠오른다. 심화되는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에 이대로 국민 분열까지 가속화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곧 추석이다. 이제라도 이념과 진영 논리가 아닌 민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