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 아동학대 대책,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더는 안 된다

이상욱
강원중부
아동보호전문기관장

안타까운 아동학대 사망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빈번하게 전달되고, 지키지 못했다는 탄식이 쏟아져 나온다.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2015~2022년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2,123명으로 나타났다. 7월18일 보건복지부 전수조사 결과 이 중 11.7%나 되는 249명의 아동이 사망 또는 범죄에 연루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출생 등록이 안 돼 죽은 사실조차 몰랐던 아동이 249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아동에 관련된 법과 제도는 아동이 사망한 이후에 급하게 개정되거나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약 40명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관련 신고 건수와 판단 건수 증가로 이어졌다. 2021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2020년 대비 27.6%나 늘어난 5만3,932건으로 집계됐다. 전담공무원의 조사를 거쳐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3만7,605건으로 2020년에 비해 21.7% 늘었다.

법과 제도 시스템은 시대에 맞춰 변화 및 시행되고 있으나,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복지법 제 45조에 따라 시·군·구에 1개소 이상 설치가 돼야 하지만, 강원자치도의 경우 18개 시·군에서 5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2021년 강원북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가칭·이하 강원북동부아보전), 강원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와 전문 인력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세 차례에 걸친 공고 끝에 2022년 1월 강원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 횡성군에 설치됐지만, 2년 가까이 임시사무실에서 아동학대 사례관리 및 상담업무를 하고 있다. 상담실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아 업무 공간에서 상담을 진행해 서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된다.

강원북동부아보전은 추가 공고를 냈지만 보조금만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아동학대 사례를 개입하기 위한 전문 인력이 없어 운영할 법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강원북동부아보전 설치는 철회됐다.

아동학대 발생 증가율이 아동학대 대응 인프라를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5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만으로 아동학대 발생에 따른 사례관리 대상자 및 가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와 전문 인력을 확충하지 못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은 아이가 한 명이라도 태어나는 출산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에 못지않게 태어난 아이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아동과 관련된 법과 제도가 누군가의 희생으로 바뀌는 세상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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