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 '영서북부학교교육지원센터' 설립 접경지 학생 기본권 보장

유정배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지난 7월 6일 화천군 청소년 수련관에서는 화천지역교육 활성화를 위한 ‘2023 화천교육 특별 포럼’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화천군수와 군의회 의장이 축사를 했다. 화천군이 시행하고 있는 ‘지역인재육성사업’의 현실을 설명하면서 재정 지원에 반해 지역 인재가 빠져 나가는 현실을 토로하며 지역교육의 위기 상황을 호소했다. 화천군은 2014년부터 관내에 3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중고생, 대학생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화천출신 대학생의 성장과 가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고등교육에 투자하는 이유는 지역인재를 육성해서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재목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포럼에서 자치단체의 책임자들이 토로한 것처럼 지역인재의 회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일차적으로 수도권 일극중심 체제를 변형하기 위한 국토의 균형발전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낳고 있지 못한데서 비롯된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과 별도로 당장 우리 지역의 인재를 잘 키워 고향을 잊지 않게 하고 지역을 위해 뛰게 해야 하는 과제는 매우 중요하다.

한편 한걸음 더 들어가면 접경지역 중등교육의 질적 수준이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는 심각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먼저, 수능 최저 학력기준에 이르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균형합격률과 지역인재 메디컬 진학률 등이 감소하고 있다. 농어촌 전형으로 도내 거점 국립대학에 진학 할 수 있는 수능 최저4등급 이상 합격률도 저조하다.

특이한 사실은 철원 화천 양구 세 지역 중 철원지역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점이다. 영어과목의 경우 화천, 철원, 양구지역 모두 교육 인프라가 있어 입시교육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학생 수 대비 3등급 합격률은 화천 16%, 철원 41%, 양구 24%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원은 지역균형, 지역인재, 사회통합 발전 유형에서도 다른 두 지역보다 앞서고 있다.

그것은 철원이 화천, 양구보다 인구가 많아 중등교육과정에 들어선 학생 규모가 크고 이로 인해 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화천, 양구의 경우 농어촌 종합 전형에서 관련 교과 이수와 성취도 달성에 중요한 과목인 탐구 과목을 일선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렵다. 관련 과목 이수를 원하는 학생이 적어 기간제 교사도 채용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입시시장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사탐이나 과탐을 수행하는 학생 수가 적어 관련 학원을 운영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러한 취약점은 중등교육을 취약하게 하며 교육으로 인한 인구이동을 더욱 자극한다.

헌법에 따르면 국가는 모든 국민이 능력에 맞게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현실은 비참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더 구체적으로 책임성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국토의 균형발전과 접경지역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차원에서 혁명적인 산업정책, 공간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외적인 거시정책과 함께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교과과정을 책임지는 강사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가칭 ‘영서북부학교교육지원센터’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강사진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우수강사의 강의를 유튜브 채널로 연결하면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진학지원관, 상담교사단 등과 같은 입시 전문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 국회의원 등이 머리를 맞대어 접경지역 교육현실을 해결해 나가는 공론을 시작해야 한다. 접경지역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는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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