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 강원특별자치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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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정치부 기자

“어디에서 오신 거예요?”

지난주에 다녀온 여행지에서 들은 말이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봉고차 안에서 이날 처음 만난 한국인 여행자가 물었다.

“강원도요, 아니다 강원특별자치도요.”

냉큼 강원도라고 말했던 나는 급하게 말을 고쳤다. 수없이 강원특별자치도라는 글자를 기사로 쓰면서도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왔다고는 처음 말해보는 순간이었다. 의아해 하는 여행자에게 ‘강원도가 6월 강원특별자치도로 출범했거든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다른 여행자에게는 ‘춘천이면 서울서 가까운데 전혀 몰랐네요. 찾아봐야겠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 5월 정치부로 발령을 받고 맞닥뜨린 가장 큰 화제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이었다. 출범을 앞두고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2차 개정안 국회 심사가 정쟁 속 파행을 빚자 도민들은 5월 국회 앞 집회로 뜨거운 목소리를 뿜어냈다. 이들은 ‘희생’만을 강요해 온 강원도를 더이상 우습게 알지 말라고 했다. 도의원들도 국회 앞 1인 시위에 나섰다. 강원특별법 개정안은 같은 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뜨거운 분위기는 이어졌다. 도, 도의회 등 기관들은 출범 기념식을 열고 새 이름을 갖게 된 기대와 포부를 쏟아냈다. 지역소멸을 막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기념식 인삿말을 통해 흘러나왔다. 우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시대를 맞는다는 들뜬 목소리가 더 컸다. 개정안에 반영되지 못한 특례는 ‘출범 전 전부개정안 통과’라는 큰 뜻을 위해 잠시 양보한 것이라는 설명에 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6월11일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후 2개월이 흐른 지금, 지인들이 묻는다. “특별자치도를 한다는 곳이 많은데 그럼 우리가 뭐가 특별해지는 건데? 이름만 길어졌을 뿐 변화가 없는데?”

그러면 주워들은 말로 답한다. “특별자치도는 ‘특별’이 아니라 ‘자치’에 방점이 찍혔고 특별법 84개 조문이 2024년 6월8일 시행되는데 시행령과 조례는 지금 만드는 중인 거래.”

많은 기관들이 현판을 바꿔달았고, 물건에 이름을 새로 새겼다. 다만 뜨거운 분위기는 가라앉은 듯 하다. 도민들은 아직 묻고 있다. 정말 강원특별자치도가 됐다고 삶이 나아지는지 궁금해한다.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도, 도의회, 강원연구원 등은 지난 4일 강원특별법 위임 조례 제·개정 TF팀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도민 생활과 밀접한 산림·환경·농지 분야 강원특별법 위임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서였다. 도민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도의원들도 합류했다. 집행부에서 초안을 가져오면 도의회가 검토하는 대신 동시에 머리를 맞대 법 제정 효과를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3차 개정을 위한 특례 발굴도 도의원 전원이 참여한 워킹그룹 등을 통해 진행중이다. 도민들이 피부로 변화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의회 역할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어찌저찌 정치부 신입으로 3개월이 흐른 지금, 그래서 ‘정치’가 무엇인가 사전을 꺼내본다.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역할’이라는 문구에 눈길이 머무른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과정이 헛되지 않도록, 도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할 정치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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