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 강원특별자치도가 가야 할 길

최돈진 강원도아스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식구는 먹을 식(食)자에 입구(口)자를 써서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밥을 같이 먹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친구들과 혹은 연인과 데이트할 때 밥을 함께 먹으며 또 한 번의 추억을 쌓는 것, 그날에 끼니를 함께하며 있었던 기억을 나누는 것은 상대방과 가까워지는 방법인 것 같다. 식구들과 식탁에 모여 밥을 먹고 마음을 나누는 것, 평생 함께 살며 일어나는 가치를 공유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강원특별자치도는 1395년 정도(定道) 이후 628년 만에 새로운 명칭, 특별한 권한과 함께 대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껍데기에 불과했던 ‘강원특별법’은 개정을 통해 기존 25개 조문에서 84개 조문으로 늘어났다. 필자도 그랬지만, 강원인들은 곳곳에서 강원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놓고 환호했다. 그동안 변방에 머물고 실패 의식에 억눌렸던 강원특별자치도가 이젠 찬란한 서광의 빛을 보리라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그런 열광과 기쁨은 한 식구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 한 식구를 넘어 하나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더 큰 미래로 가자는 묵언의 약속일지 모른다. 강원특별자치도민을 한 마디로 식구라고 표현하고 싶다. 한 우리의 토대 위에서 끼니를 함께 해결하고, 정제된 정책을 만들어 미래 비전을 세우고, 어려움을 서로 보듬는 그런 식구 말이다.

지금은, 강원특별자치도가 호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7월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분석한 결과, 올 6월 도내 주민등록인구 수는 153만2,617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1년 만에 6,447명 줄어든 것으로, 2011년 6월(153만2,178명)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다. 감소 폭도 2018년 12월 이후 가장 컸다. 이를 압축하면 강원도는 자연적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며, 청년층의 인구 유출이 심각하여 지역소멸에 따른 대응 전략 마련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담대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몇 가지 제언드리면 ① (강원인구 특성상)고령 친화형 기업유치 ② 청년층이 좋아하는 삶터·일터·쉼터 조성 ③ 투자하고 싶은 비즈니스 핵심산업망 구축 ④ 각자도생에서 벗어나 공동체가 함께 잘사는 지역 만들기 ⑤ 각 지역에 맞춤식 특화산업 발굴·추진 ⑥ (위기에 빠진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청년 농어업인 육성 및 스마트팜 조성 ⑦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결 ⑧ 일·주거·놀이를 한곳에 배치하는 직(職)·주(住)·락(樂) 근접도시 조성 등이 될 것이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만의 성공을 위해서는 당초 역점을 두고 진행했던 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교육특구, 외국인 관광객 무비자, 강원랜드 매출 규제 완화 등도 강특법 3차 개정에 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강원도는 변방 의식과 규제 철옹성에 둘러싸여 70여 년의 긴 세월을 보냈다. 이제 그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라는 말이 있다.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어 나가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건넌다’는 뜻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이겨내고 극복해 나간다는 의미이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날씨는 제법 가을이 왔음을 고즈넉이 알리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태풍을 극복한 가을이 풍성한 결실을 내듯이, 가난과 초조와 굴레 속에 질풍노도의 강원시대를 벗어나, 발전과 문명을 드날려 ‘장안의 지가’를 높이고, 언제든지 용솟음치는 열망으로 도전과 응전, 응축과 확장을 만드는 강원특별자치도가 되길 소망한다. 이제부터 두려움과 정신적 의기소침 없이 담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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