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한’의 기후변화, 그에 따른 재해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상기후는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극한의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자세와 대책에 따라 선진국의 기준이 바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재난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접근 방법이 그 기준에 도달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성을 묻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극한의 강풍, 산불, 폭우가 2023년 우리를 더 힘들게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최근 수개월 사이 시간당 50~90㎜가 넘는 극한호우가 빈번해지고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쏟아지면서 홍수와 침수, 산사태, 도로 유실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의 안타까운 인명 피해의 예를 보더라도 막을 수 있는 재해가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우리의 재난재해 대비 시스템이 기본부터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세심하게 점검할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지난 9일 밤,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수직 관통한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큰 피해 없이 지나간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내면엔 보이지 않는 위험과 여전히 같은 장소에서 해마다 되풀이되는 수해의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점은 결코 가벼이 지나갈 사안이 아니다. 태풍 오른쪽 반경의 강원 영동지방의 경우 최대 4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강릉과 삼척의 주요 하천이 범람했고 10일 밤 10시 기준으로 침수, 산사태 위험을 피해 경로당으로 대피한 인원은 도내 609세대 938명이었다. 도로 침수, 인명 구조·대피, 토사 낙석, 간판 낙하 등 총 358건의 태풍 관련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강원특별자치도와 강원경찰청 모두 최고 비상단계를 발령하고 24시간 대응에 나서는 등 선제적 조치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번 더 봐야 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첨단 재해예측 시스템 등을 재난과 재해를 극복하는 데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포항 냉천 범람으로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홍수 예보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까지 해당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안타까운 인명사고는 오송에서 또 되풀이됐다. 이러한 상황은 강원특별자치도도 마찬가지다. 이번 제6호 태풍 ‘카눈’의 극한폭우 침수지역은 해마다 같은 곳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폭우가 쏟아지던 시각, 각 방송사의 침수상황 보도 내용을 보면 강릉시의 경우 경포, 법원 앞 7번 국도 등은 상습침수지역으로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포남동 사거리는 빗물펌프장 확장 등 수백억원의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선제적 대응을 위해선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최우선 순위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주민 입장에서 보고 그 눈높이에 맞춘 대책이 필요하다.
특별자치도 특례의 첫 단추는 재난재해로부터의 안전이며 주민들이 폭풍주의보 예보에도 편하게 잘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내 실천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재난재해 예보 및 관련 시스템과 재난재해 극복 방안이 다른 어떤 사업보다 우선적으로 그리고 과감하게 도입 돼 실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