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년 시절 토마토는 별로였다. ‘토마토’라고 쓰고 ‘도마도’라고 읽는 외국작물에 대한 이질감도 일부 있었고 무엇보다 맛이 별로(?)였다. 밋밋하고 어딘가 느끼한 맛이었는데 꼭 화학조미료를 혀끝에 댄 느낌이랄까. 아마 당분이 적어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때는 토마토에 설탕을 솔솔 뿌려 먹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설탕을 뿌리면 좋지 않다고 한다. 비타민B가 흡수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차라리 소금을 조금 뿌려 먹는 게 좋다고 한다. 소금은 단맛을 올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토마토는 달라졌다. 그냥 먹어도 참 달고 맛있다. 품종과 재배기술이 발전돼 당도와 식감이 좋아진 덕분이다.
과일과 채소의 영역을 넘나드는 토마토 수요는 이제 엄청나게 커졌다. 우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햄버거, 파스타, 샐러드, 돈가스 소스 등에 토마토가 터줏대감 행세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많이 먹기 때문일 거다. 필자도 10여년 전부터 거의 매일 아침 토마토를 먹고 있다. 미국 타임지가 토마토를 ‘건강에 좋은 10대 슈퍼푸드’로 선정한 것이 토마토가 인기를 얻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토마토라는 이름도 ‘속이 꽉 찬 열매’라는 인디언 말 ‘토마틀(Tomatl)’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다 보니 토마토를 재배하는 면적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 강원자치도만 하더라도 춘천을 비롯해 홍천, 횡성, 철원, 화천, 인제 등에 대규모 토마토 재배단지가 생겼다.
제 고향 횡성도 토마토의 고장인데, 그곳에 수천 평씩 토마토 농사를 짓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은 토마토 재배에 대해선 박사급이다. 그렇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토마토 재배에 나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해마다 날씨와 가격이 들쑥날쑥해서 어렵다는 이야기다. 올해는 가격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긴 장마로 인해 수확량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니 인도에서는 기후변화로 토마토 가격이 예년의 세 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햄버거 업체에선 토마토를 넣지 않은 햄버거를 만들거나 심지어는 토마토를 훔치는 진풍경이 생겼다. 우리나라도 3년 전 토마토 작황이 좋지 않아 햄버거에서 토마토를 빼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최근에 토마토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토마토를 썰어 그냥 생으로 먹었는데 신선한 느낌은 있었으나 아침에 생으로 먹는 것이 좀 부담이 됐다. 그래서 그다음엔 갈아서 먹었다. 먹기는 편했지만 맛(?)을 잘 느끼지 못했다. 뭔가 옛날 먹던 밋밋한 맛만 느껴졌다. 그러다가 프라이팬에 구워 먹기 시작했다. 토마토를 올리브유에 살짝 구우면 육즙이 우러나오면서 약간 짭짤한 맛이 난다. 간이 딱 맞다. 그리고 부드러워서 먹기 편하고 소화도 잘된다. 무엇보다도 구워 먹으면 항암작용을 하는 주성분인 ‘라이코펜’의 함유량이 올라간다고 한다. 어느덧 올여름도 이젠 끝으로 향해 가고 있다. 횡성과 화천에선 토마토 축제가 개최돼 인기를 모았다. 장마와 태풍, 무더위로 지친 요즘, 토마토 많이 드시고 건강을 꽉 채우는 여름을 보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