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인 일론 머스크는 “대학교는 배우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뭔가를 배우고자 한다면 인터넷 등 무료로 배울 수 있는 방법들이 이미 충분하다는 의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다녀야 하는 이유는 부여되는 과제를 완수해 내는 인내심을 키우고, 또래 집단과 어울리는 기회와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학은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곳이지만, 21세기의 환경에서 대학은 전공 공부만 하는 곳은 아니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인구소멸의 위기에 강원특별자치도는 젊은 세대가 살고 싶은 곳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이유와 젊은이들이 거주지로서 수도권을 선호하는 이유는 많은 부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것이 인구 유입에 유리한 요건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고, 그를 위해 강원자치도가 노력하고 있음을 안다. 하지만 수도권 선호 현상에 일자리라는 한 가지 요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수험생들이 수도권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이유는 대학교의 지명도, 양질의 일자리, 교통을 비롯한 도시 인프라 등의 조건이 거론되지만, 그와 함께 늘 언급되는 것은 문화적 접근성이다.
좋은 공연이 도내에 유치되려면 공연 인프라가 양호해야 한다. 유명 공연자들을 유치하려면 공연장의 규모가 중요한데, 도내에 최소 1,500석 이상 규모의 실내공연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공연시설 같은 인프라 확보는 중장기적 계획이 필요할 일이다.
최근 수도권에서 강릉으로 이어지는 KTX 주말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내 관광인구가 늘고 있고, 이러한 방문인구에서 젊은이들의 비율을 무시할 수 없다. 양양은 서핑의 성지로 부상했고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강릉시내 맛집들은 주말에 순서를 기다리는 젊은이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지자체들은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홍보하며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주중에 관내에 거주할 재학생들에 대한 관심은 잘 보이지 않으니 ‘잡힌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라는 어구가 떠오를 지경이다.
주중에 관내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의 수는 상당하며 이들 없이 주말 관광객만으로 지역경제를 유지하기 어렵다. 강원자치도 인구가 적다 보니 관내 대학생의 절반 이상은 타지에 거주하던 학생들로 채워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지역 내 재학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장학금 지원 같은 면학과 관련된 요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원자치도는 타 지역과 차별되는 산과 바다, 스키와 서핑 등 젊은이들이 찾을 매력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도내 재학생에게는 해당 시설을 이용하고 활동하는 데에 있어서 타지의 젊은이들보다 유리한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 강원자치도가 가진 장점들에 대해 타지인보다 더 쉽게 접근하고 혜택을 누림으로써, 도내 대학 재학에 장점 한 가지가 더해질 것이고, 그로 인해 도와 관내 대학에 대해 좋은 인상을 더하고, 이를 비롯한 여러 장점을 모아 대학의 학생 유치에 도움이 된다면 지역 내 대학의 생존과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재학 중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다면 졸업 후 강원자치도 거주에 대한 선호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구 증가는 다층적 접근의 총합적 귀결에 달려 있고, 대학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관내 재학생을 귀히 여기는 정책들이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