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개나리미술관은 오는 30일까지 오세경·정보경 작가와 함께 ‘세 가지 색:레드-나의 불온한 이웃’을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색은 단연 Red, 빨강이다. 두 작가는 분노와 결핍을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출하지 않지만, 억제되고 가라앉은 서늘한 기운을 작품에 담아낸다. 모두에게 찾아오는 감정인 분노를 억누르려고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로 마주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공고히 해 나간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에 이리도 분노하고 있을까. 작품 속 세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두 작가는 특정할 수 없는 무언가에 분노한다. 어쩌면 도무지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일 수도 있겠다.

함께 사는 ‘같이의 가치’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누군가를 동경하다 못해 갖고 싶어하고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며 세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작은 것에도 예민하고, 쉽게 분노하며 감정을 다스릴 힘조차 없는 현실 속에서 두 작가는 그럼에도 있는 힘껏 이 세계를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조리하고, 억눌린 결핍 된 욕망의 그늘이 우리의 그림자가 돼 따라다닌다.
이들은 빨간색을 사용해 작품 속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만들기도 하고, 흘러내리는 체액을 표현하기도 한다. 때로는 빨간색을 가득 입힌 옷을 입고 가만히 누워 누군가를 들여다보는 여성을 그리기도 한다. 그의 눈빛에서는 알 수 없는 공포가 보이는 듯하다.
뜻하지 않은 분노가 터져 나온 탓에 어지러워진 세상 속, 개인은 거대하고 복잡한 사회를 계속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까. 그렇게 된다면 사회는 다시금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두 작가는 쉽게 답할 수 없는 어딘가 상당히 찝찝한 기분을 관객에게 안기며 관객 스스로가 답을 찾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