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특별자치도민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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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호 정치부 차장

포르투갈 마데이라 섬은 우리에게 낯선 땅이지만 그럼에도 이야기 주제로 빠지지 않는 것이 술이다.

마데이라는 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이름 높다. 화산섬의 척박한 절벽 지형과 높은 산이 만드는 습한 안개로 포도 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자연 환경을 지녔지만 뛰어난 양조와 숙성 기술로 이를 극복해 최고의 맛을 만든다.

가히 보르도 와인에 비견되는 마데이라 와인이지만 현지인들이 손에 꼽는 또 다른 백미가 있는데 바로 전통주 폰샤(poncha)다.

폰샤는 사탕수수를 발효시킨 주정에 과일 원액과 꿀을 넣고 전통 나무 막대로 휘저어 맛을 내는 일종의 칵테일이다.

첨가하는 과일 원액의 종류가 무궁무진하고 비율도 천차만별이라 만드는 이의 손길에 따라 고유한 맛을 뽐낸다. 마데이라를 찾은 이방인들에게 와인과 폰샤는 최고의 호사라 할 수 있다.

대항해 시대 선봉장이었던 포르투갈이 1400년대 초 마데이라를 발견한 후 대서양의 이 작은 외딴섬은 화전(火田)으로 일군 땅에 사탕수수와 포도, 바나나를 기르며 수백년간 생계를 이어 왔다.

대륙을 개척하던 선원들은 중간 기착지로 마데이라에 들러 와인과 폰샤로 고된 항해의 피로를 달랬다. 마데이라 와인과 폰샤는 낙후된 땅에서 그나마 얻게 된 보석인 것이다.

지금의 마데이라는 과거에 비해 천지개벽의 변화를 만들었다. 1976년 자치 시대의 문을 연 후 유럽연합의 통상 관문으로 성장했다. 마데이라 국제비즈니스센터는 89개국 1,650개의 기업을 품었고 국제자유무역지대는 낮은 관세로 대륙 진출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워케이션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기반 구축으로 세계 각지의 디지털 노마드를 불러들이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포르투갈 내에서도 가장 낙후됐던 농업 도시 마데이라는 이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부유한 도시가 됐다.

6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에 맞춰 특별자치를 선도한 포르투갈 마데이라 섬을 찾아 이곳의 사람들을 만났다. 동양인의 발길이 흔치 않은 곳이지만 걱정했던 차별 대신 환대가 이어졌다.

기획 취재를 마치고 떠나는 날 도움을 준 현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육십 평생을 마데이라 섬에서 살았다는 남성은 스스로를 ‘마데이리안(마데이라 사람)’이라 지칭했다. 영국과 프랑스를 가더라도 포르투갈인에 앞서 자신을 마데이라 사람이라 먼저 소개한다는 말이었다. 이유를 들어 보니 국가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자치를 통해 스스로 성장한 마데이라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6월11일 출범했다. 산림, 환경, 군사, 농업 등 4대 핵심 규제가 혁파되면서 발전의 토대 위에 올라섰다. 도에서는 18개 시·군을 순회하며 도민들에게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의 의미와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중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 비상을 바라는 도민들의 염원은 다름이 없다. 마데이라에서 봤듯 강원특별자치도의 미래는 도민들의 자부심이 넘쳐 흐르는 모습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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