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여년간 지역 간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수도권과 각 지역 학생들 사이 성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자치도는 전국 평균 대비 고득점 학생의 비가 가장 많이 하락한 지역군으로 분류됐다. 지난 7일 강원대 사회과학연구원과 불평등연구회, 강원춘천 강소연구개발특구사업단 주최 학술심포지엄에서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원 김진환(예방의학 전문의) 박사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문호진 연구원이 발표한 결과다. 연구자들은 이와 같은 입시에서의 불평등이 최근 심화되고 있는 지역 의사 부족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고 문제제기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 학생 고득점 느는동안 지역 학생 고득점 줄었다=우선 2005년에서 2015년 사이 국어, 영어, 수학 1등급 전국 평균 수험생 대비 강원자치도내 1등급 수험생의 비를 분석한 결과 2005년 0.82에서 2015년 0.6를 기록, 10년 사이 무려 27%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2005년의 경우 도내에서 인구 10만명을 초과하는 3개 시군(춘천·원주·강릉)의 경우 전국 평균 대비보다 높은 수준으로 1등급 수험생을 배출했으나 2015년의 경우 도내에서 전국 평균보다 1등급 수험생이 많이 배출된 지역은 단 한곳도 없었다. 특히 원주와 강릉의 감소율은 각각 38%, 37%로, 춘천 24%에 비해 높았다. 반면 교육특구 4구(강남·서초·송파·양천)에서는 1.46에서 1.96으로 약 34%, 강남구에서는 1.81에서 2.54로 40% 증가했다.

또, 영남, 호남, 충청 등 강원자치도와 사회경제적 환경이 비슷한 비수도권 각 지역에서도 지난 10여년간 불평등으로 인한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과 호남의 경우 도와 함께 대표적으로 불평등이 악화된 지역으로 꼽혔으며, 전라북도 순천의 경우 2005년 전국 평균 대비 1등급 수험생 비가 1.46이었으나 2015년에는 0.85로 감소했다. 감소율은 무려 42%다. 충청권역의 대표적인 도시인 충주는 전국 평균 대비 1등급 학생의 비가 2005년 1.27에서 2015년 0.86까지 감소, 32%의 감소율을 보였고, 높은 교육열로 알려진 영남권역 대표 도시 포항에서조차 그 값이 2005년 1.2에서 2015년 0.83으로 감소했다. 감소율은 31%에 이르렀다. 지역 유형별로는 강남에서 2005년 대비 2015년에 1·2등급 학생 비가 40%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 소형 지방자치단체에서는 20% 감소했다.
■'교육 특구'의 불평등 재생산=연구진은 이와 같은 결과가 이른바 서울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고소득층 학생들이 몰리면서 서울과 비서울간 격차가 확대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파악, 교육을 중심으로 전파되는 '불평등의 재생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상위권으로 갈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서울에 거주하는 고소득층 학생들이 수능 성적 상위권을 획득,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비율이 늘면서 지역 의사 부족 현상 등에도 일조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연구진은 2015년 이후 입학한 의과대학생들이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의사 파업의 주역이었음을 지적, 입시에서의 불평등 문제가 "교육불평등 문제이자 전문가 양성의 문제" 라고 짚었다. 문호진 연구원은 "서울지역 교육특구로 갈수록 불평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며 "이는 지역 간 불평등이 대중적인 인식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미 절반이 서울에 집중된 의대 정시입시결과는 현재의 상황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역 학생 울리는 '원서접수 영역' =김진환(예방의학 전문의)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원 박사는 "지역 간 불평등이 겹치며 교육에서도 상당한 불평등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와 같은 입시결과의 불평등은 성적 격차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원서접수 시기 지역 학생들이 수도권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움을 받을 자원이 부족한 점 등 기존의 불평등과도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수능 최고득점자가 의과대학으로 진학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한 의사 양성체계, 지역 의사 양성과도 연결된 문제인 만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의과대학을 지망하는 최상위권 사이의 격차는 원서접수 등 복잡한 입시제도에 의해 심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므로 단기적으로는 지역 교육청 차원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성적 자료를 확보해 직접 입시지도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불평등의 실체 그리는 연구자들=발표가 진행된 '불평등연구회' 현장에서는 이외에도 코로나19 시기 불평등, 젠더와 노동시장 불평등 등이 소개되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한국에서의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연구가 최초로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연세대 사회학과 전정은 석사과정생이 부산대 최민혁 교수, 건양대 최홍조 교수, 국립중앙의료원 김명희 정책통계지원센터장, 연세대 사회학과 박지은 석사과정생을 비롯한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연구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의료급여를 받는 저소득층 집단의 치명률은 0.88%로, 최고소득층 0.28%의 약 3배였다. 이는 연구팀이 2020년 10월부터 2022년 4월 30일까지 약 519만6,46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이며, 특히 여성, 저소득층, 장애인이 코로나19 유행 시기 다양한 불평등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여성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율이 34.15%로 나타나 남성 29.54%에 비해 감염율이 높았다. 연구진은 이와 관련해 여성이 돌봄노동을 비롯한 각종 취약한 일자리에 종사하면서 코로나19 감염 확률이 높아지는 점 등을 요인으로 분석했다.

■저소득층이어서, 장애인이어서…고통 방치한 사회=뿐만 아니라 의료급여를 받는 저소득층의 입원율은 3.82%로 모든 소득집단 중 가장 높았다. 이는 가장 고소득층 1.46%의 약 2.6배 수준이다. 다른 소득집단에서도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입원율이 높아지는 등 소득에 따른 건강불평등이 현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중증으로 진행되는 비율인 '중증화율'도 의료급여를 받는 소득집단은 0.21%로, 최고소득층 0.10%의 약 2.1배 수준이었다.
장애 유무에 따라서도 입원과 중증 정도, 사망률에 큰 격차가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우 치명률이 0.71%로, 비장애인 0.30%에 비해 약 2.4배 높았고, 중증화율도 각각 0.23%, 0.10%에 해당해 2.3배 가량 차이가 벌어졌다. 입원율 역시 각각 1.51%, 3.42%로 장애인이 2배 가량 높았다.

■젠더격차 여전…포괄적인 사회보호 정책 필요=논문의 공동저자인 최홍조 건양대 교수는 이와 더불어 결핵이라는 감염병이 환자의 소득 감소에 미치는 영향을 단독으로 발표, 포괄적인 사회보호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노동 시장 내 젠더 격차의 영향으로 인해 여성이 결핵 발생 이후 노동 시장에서 이탈, 남성의 건강보험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며 "젠더 규범과 사회의 맥락에 따른 차이로 인해 가정과 노동 시장에서의 젠더 역할이 다를 수 있고, 이는 곧 질병으로 인한 사회 이동의 젠더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심포지엄 자리에서는 강원대 김여진 교수가 젠더별 삶의 경로와 건강 격차에 대해 발표했다. 또, 강원대 정준호 교수는 최근 한국의 지역간 격차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의 지역문제는 자원과 요소 및 권력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 문제"라는 함의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