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월요칼럼]취미에 여행을 입히다

강옥희 강원도관광재단 대표이사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한 금년 여행 트렌드에 따르면, 여행의 주요 동기로서 나만의 취미 여가 활동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여행과 함께 적극적으로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의 취미도 여행의 일부가 되면서, 일상의 모든 순간이 여행이 되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트렌드를 서 말의 구슬이 아닌 꿰어진 보배로 만들기 위해 강원도로의 여행에 적용해 보았다. 이른바 프리미엄 취미 여행이다. '취미에 여행을 입히다'라는 컨셉으로 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미식, 별빛, 커피, 예술, 환경, 사진, 트레킹 등 7가지 주제로 개발되었다. 특징은, 각자의 취미 활동을 도내 여행지에서 집중 심화해서 즐길 수 있다는 것과 각 취미별 이야기꾼(스토리 텔러)이 이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강릉에서는 커피 명인이, 철원에서는 우주과학 작가가, 정선에서는 음식 명인이 등장한다. 일반 패키지여행과의 차별화를 위해 개별 체험과 관람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여행 사진 촬영과 인화 등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듯 취미化 할 수 있는 도내 여행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얼마 전 춘천 산토리니 야외 광장에서는 별빛 아래 요가와 명상을 즐기는 행사가 시도되었다. 160여 명의 참가자들은 별빛 요가를 만끽하는 것 외에도 행사 전후 포토존을 배경으로 사진작가가 찍어주는 요가 프로필 인생 사진을 제공받았다. 그 중에서도 프로그램 마지막, 요가매트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는 명상의 시간은 전체 프로그램 중 최고의 만족도를 보일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고, 이는 20-30대가 주 연령층인 참가자들의 인스타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었다. 요가는 거들뿐 강원의 깜깜한 밤하늘과 별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국내여행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이미 아는 곳으로의 여행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미처 몰랐던 지역의 문화, 맛, 풍광, 역사에는 기분 좋은 낯설음과 새로움이 있다. 거기에 스토리가 입혀지면, 말 그대로 취향저격이 되고, 부가가치가 따르게 마련이다. 자신의 기호를 알아주고 이를 맞춰준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프리미엄 상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잘 가꾸면 외국관광객을 위한 해외용으로도 물론 통용될 수 있다.

프리미엄에서 더 발전하면 초 고가상품인 럭셔리 상품이 나오게 된다. 럭셔리라고 해서 전용기와 최고급 호텔, 식당만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그 정도는 많이들 경험하였기에 더 이상의 모자람이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함과 스토리와 ‘커스터마이징’이 있어야 한다. 즉, 일종의 맞춤제작 서비스로서, 주문을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급 경험을 해 본 까다로운 고객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고 그 요구에는 개인의 취미, 취향이 기본이다. 럭셔리 세계 일주 여행 상품의 대표격인 포시즌스 호텔의 초호화 상품인 ‘포시즌스 프라이빗 제트 투어’ 상품에 1인당 1억 5,500만원을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여행상품에서는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 포함되었기에 가능한 가격이다.

관광과 여행의 차이가 생각나다. 자동차의 뒷자리에서 차가 가는 대로 따라 가는 것이 관광이라면, 여행은 자동차의 조수석에 앉아 함께 여정을 짜고 가는 것이라고 한다. 여행이 보다 주도적이라는 뜻이다. 대형 단체는 아니라도 같은 취미를 누리려는 소그룹들을 모아서, 능수능란한 가이드가 아니라도 특정 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를 통해, 많은 곳을 보지 않더라도 관심 콘텐츠들만 묶은 ‘명품 편집여행’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취향이 제대로 조준된 강원 프리미엄 나아가 강원 럭셔리 여행의 싹이 틔워질 수 있다. 명품은 서울 강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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