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 가장 ‘강릉다웠던’ 지난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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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부장

“강릉(江陵)’은 어떤 도시일까?”라고 물으면, 문화·예향, 유구한 역사, 경포바다, 축구, 동계올림픽 개최도시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지난 일주일은 이 모든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한 번에 펼쳐진 가장 ‘강릉다웠던’ 시간이었다.

3일 개막해 오는 13일까지 이어지는 강릉세계합창대회는 공연장에서의 수준높은 공연과 팀경연 외에 월화거리, 경포해변, 주문진항 등 도심 곳곳에서 우정콘서트가 펼쳐져 ‘예향의 도시’ 강릉을 빛나게 만들었다.

강릉대도호부 관아터에서 펼쳐진 강릉 문화재야행은 ‘강릉대호부사 부임 행차 퍼레이드’와 시민 한복 패션쇼를 비롯해 드론 600대로 단오제의 기원인 국사성황신 ‘범일국사’의 탄생 설화를 알려 ‘역사의 도시’ 강릉의 의미를 되짚었다.

지난 7일 열린 프로축구 K리그 강원FC의 2023년 첫 강릉 홈경기는 올해 최다 관중 수를 기록했으며, 경기 직후 윤정환감독도 경기장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고, 선수들도 끝까지 집중했다고 했을 정도로 ‘축구의 도시’ 강릉의 응원 열기를 되살렸다.

지난 1일 경포해수욕장에 이어 강릉의 17개 해수욕장이 속속 개장하며 해변마다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특히 8일에는 강릉시청소년해양수련원 앞바다에서 전국 해양레포츠대회가 개막해 ‘바다의 도시’ 강릉의 위상을 높였다.

세계합창대회에 참가한 전 세계 34개국 합창단 및 관계자들, 320여개팀 8,000여명이 강릉 곳곳을 누비고 있다. 2018 동계올림픽 이후 올림픽파크와 강릉아트센터에 가득 찬 외국인들을 다시 보면서 ‘글로벌 관광도시’의 역량을 확인했다.

고국의 전쟁 상황 속에서도 대회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보그닉합창단은 공항이 폐쇄되자 1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폴란드 국경을 넘고 이번 대회에 참가해 감동을 선사했다.

이제 며칠 후면 축제는 마무리되고 다시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남은 과제는 이같은 ‘강릉다움’의 구슬들을 어떻게 잘 꿰매느냐이다.

강릉은 2030년 세계 100대 관광명소, 2040년 세계 100대 관광도시 조성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100대 관광명소에는 국내에서 서울과 부산만이, 100대 관광도시에는 경주만이 포함됐을 정도로 문턱이 높다.

시는 국제적 수준의 숙박시설은 물론 골프장, 케이블카, 산악레포츠, 해양레포츠 등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관광인프라 확충 계획을 실현시켜 내야 하며, 이를위한 지역주민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최근 강릉시가 마련한 ‘여행·관광업계 간담회’에서 나온 안건들을 주목해 보자. 참석자들은 지역에 외국어를 구사하는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머무르는 관광을 위한 야간 상품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바다를 사계절내내 즐길 수 있도록 실내해양레포츠센터, 상시적 공연 프로그램, 해외 관광객을 유치할 상설 이벤트 등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릉선 KTX 개통 이후 지역에 관광객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부가적인 관광투어, 특화된 상설 이벤트, 버스킹·문화공간, 공연 등의 문화사업들도 더욱 특별하고 활발해져야 한다.

관광도시의 축제는 한 순간의 이벤트와 추억이 아닌, 일상 속 생활과 문화가 돼야 한다. 문화거점도시 사업의 성과도 기대된다.

이번 주 강릉을 방문했던 관광객들처럼 낮에 바다수영과 레포츠를 즐기고, 오후에 공연 관람을 하거나 동계스포츠 체험, 축구전용 경기장을 찾게 하고, 밤에는 도심 야시장에서 추억을 쌓는 일정을 정례화·명소화 시킬 필요가 있겠다.

가장 ‘강릉다움’으로 승부하면 지역의 호감도는 올라가고 더불어 경제적 효과와 지역민들의 애향심, 삶의 만족도까지 동시에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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