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이든 야이든 정당 이런거 잘 모르겠고, 국민이 있어야 정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가 지난달 강릉 주문진 수산시장을 찾았을 때 한 중년여성 상인의 뼈 때리는 말이 날카롭게 귀에 꽂혔다.
이날 상인들은 지나가는 이재명 당대표를 세워두고 "정치라는 게 국민을 위한 것 아니냐" "결국 국민이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게 정치인이 해야 할 일 아니냐"고 하는 말마다 옳은 말씀들을 쏟아냈다. 이재명 당대표'만'을 저격하기 위한 말들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왔었어도 정치인들에게 그들이 해야 할 본분인 '정치 좀 똑바로 하라'고 쓴소리를 했을 것이다.
정치인의 제 역할인 정치를 좀 잘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국회에 닿고 있을까. '뭘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각기 다르겠지만,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오염수 해양 방류를 대하는 여야의 자세만 놓고 보면 국민들의 평점은 높지 않을 것이다.
국제원자력위원회(IAEA)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된 보고서 발표 전후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해법은 보이지 않는 원색적인 말잔치를 벌였다.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결의안'을 의석수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처리한 후 1일에는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장외집회를 열었다. 재선인 임종성 의원은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고 말했고, 이같은 민주당에 맞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5년전 미국산 소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마시겠다던 광우병 사이비 종교 신봉자 모습"이라고 과거를 꺼내들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은 상임위원회별로 릴레이 수산물 회식을 이어가고 있다. 오염수 방류 우려로 위축된 수산업계를 돕고자 하는 취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면서 화제가 됐다. 중진인 김영선 의원은 이날 "이 물 먹어도 되는거 아니냐"면서 대게가 담긴 수조속 바닷물을 손으로 떠서 마셨다. 다른 가게에서는 광어가 담겨있는 수조물도 마시면서 "2011년도에 방류해서 우리 근해까지 온 것이기 때문에 지금 방류할 물보다 이게 훨씬 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의 권유에 옆에 있던 류성걸 의원도 함께 들이켰다. 같은 당내에서도 당장 "괴기스럽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민주당의 "안전하면 오염수를 직접 마시라"는 일차원적인 대응에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직접 수조물을 떠마시는 행동으로 맞불을 놓는 모습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당연히 여야의 의견은 당리당략에 따라서 또는 다른 신념의 차이로 엇갈릴 순 있다. 언제 손발이 척척 맞은적은 있었나. 다만 현재 국회는 정치의 기본인 토론과 대화는 아예 상실됐다는 게 문제다.
'코미디'로 다시 보자면 강원특별자치도의 정치 상황도 그러하다. 한 강원도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하자 5분 발언을 통해 '악법도 법이냐'며 억울함을 토해냈다. 재판장에서 할 말을 도민들이 '5분 발언'으로 하라고 뽑아주진 않았을 거다. 어떤 전직 단체장은 본인이 임기 중 추진했던 사업과 관련, 현직 시장을 향해 "왜 그렇게 일하느냐"고 SNS에 공개 비판했다가 되려 비웃음을 샀다.
어떻게 해야 '잘하는 정치' '국민을 살리는 정치'를 할 수 있는 지 그 명료한 정답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웃기는' 코미디 정치쇼는 더이상 국민들의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