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른 3일 서면 금산2리의 골목길. 힘겹게 걷던 김모(여·83)씨가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었다. 가려움증이 심해져 시내 병원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김 씨의 집까지 거리는 800m 정도. 올해 무릎 수술을 받아 다리에 힘이 없는 그는 "날이 너무 더워 기운이 쏙 빠진다"며 땀을 닦았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시작되며 강원지역 노인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노인들은 주택, 교통 환경이 열악해 폭염에 가장 취약하다.
3일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년~2023년 6월) 도내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115명을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전체 45%(52명)였다. 지난해 60대 이상 온열질환자 21명이 발견된 장소를 보면 주택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논·밭 5건, 도로·교통시설 4건 순이었다. 주로 전신쇠약, 의식저하, 탈진, 열실신 증상을 보였다.
주거 여건이 열악한 노인들은 3일 폭염도 힘겹게 버텼다.
춘천시 후평1동의 신모(82)씨는 슬레이트 지붕집에서 선풍기 한 대를 켜놓고 있었다. 집안팎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내는 더웠다. 신씨는 "지자체가 에어컨 설치를 지원해 준다고 했지만, 냉방비 감당이 안 돼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류모(86·원주 원동)씨도 에어컨이 있는 집 근처 복지관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류씨는 "그나마 평일은 버티는데, 휴일에는 무더위를 피할 곳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산불 피해로 24㎡(7평) 규모의 임시조립주택에 거주 중인 지모(74·동해시 망상동)씨는 요즘 잠을 자기 힘들다. 지씨는 "밤에 문을 열어 놓아도 숨이 막힐 정도이고, 열기 때문에 음식을 해 먹기도 고역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전기요금 지원이 중단되고 거주자 부담으로 바뀌면서 올 여름 냉방비 폭탄이 걱정된다.
생계를 위해 야외에서 일을 해야 하는 노인들도 폭염 위협에 노출돼 있다.
춘천시내 중앙시장 일대에는 파라솔 아래 고령층 노점상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임모(여·75)씨는 "500㎖ 병 3개에 물을 얼려왔는데 오전에 모두 녹았다"며 "더운 날에는 점심 반찬이 금방 변해 밥만 싸와 물에 말아 먹는다.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내 지자체가 폭염 속에 전화, 방문하며 집중 관리하는 독거 노인은 2만1,665명이다.
박재호 춘천북부노인복지관장은 "전기 요금 부담 때문에 선풍기조차 틀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주민들도 여름철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