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생산된 전력이 남아도는 동해안 지자체들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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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순 강릉주재 국장

동해안 자치단체들은 요즘 남아 도는 전력을 소비할 제조업체를 유치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내년도 기준 동해안 발전소의 전력 총생산량은 신한울 1호기, 신한울 2호기 원전 2.8GW와 민간화력발전 등 전력시설 풀가동시 17.1GW에 달한다. 그러나 송전 설비가 계획대로 확충되지 않아 송전용량은 11.4GW에 그쳐 무려 5.7GW 이상의 잉여 전력이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발전소 주변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대해 전기료 할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대형 발전소 인근지역으로 이전을 유도하는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이철규(국민의힘·동해태백삼척정선) 국회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발전사업자와 인접 지역 대규모 전력수요처가 개별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허용해 기존 송전 제약 현상을 해소하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돼 심사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29일에는 강릉상공회의소에서 ‘동해안 전력 다소비 기업 상생·발전협의체’가 출범하기도 했다.

강릉, 동해, 삼척상공회의소와 회원사인 쌍용C&E(주) 동해공장, (주)DB메탈 동해공장, 한라시멘트(주) 옥계공장, (주)삼표시멘트, (주)경동 상덕광업소 등 전력 다소비 업체 대표자들은 “발전소 주변 지역의 전력 다소비 기업 요금 할인 및 지원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협의체 회장으로 선출된 김형익 강릉상공회의소 회장은 “회의에 참석한 5개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료 만도 연간 1조원 가까이 된다”면서 “최근 전기료가 30% 가량 인상돼 업체 마다 300억~500억원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고, 우리 지역에 더 많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전기료 할인이 제조업 비중이 미미한 동해안의 기형적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경기 용인에 들어설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에서 볼 수 있듯이 용수 문제를 비롯해 폐수처리시설, 전력공급, 인력조달, 물류비, 각종 인·허가, 민원 처리 등 여러 조건들이 맞아 떨어져야 비로소 기업 유치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은 제조업 유치에 제약이 많다.

세액 공제 등 현금성 인센티브가 타 지역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인력 트레이닝 시스템이나 고속도로, 항구 인프라 같은 비현금성 지원 체계 역시 여전히 열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업종들은 낮은 가격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결정적 유인책이 아닐 수 없다.

서버와 통신기기, 전원공급장치 등을 보관할 대규모 공간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토지 확보도 가능해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강릉에는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옥계일반산업단지 등 진입도로, 공업용수, 폐수종말처리시설 등을 갖춘 준비된 공장 용지가 있어 부지물색에 분초를 다투는 유망 업종을 유치할 절호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50% 이상이 밀집한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대다수 지방도시들은 시시각각 줄어드는 인구로 소멸을 걱정하는 처지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걱정 많은 도시는 단연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 지자체들이다. 이들이 역내에 남아 도는 전기 에너지를 기반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걸림돌이 없도록 중앙 정부와 정치권도 원팀이 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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