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빵과 팔찌 기부천사’ 월남전 참전용사 김교환 할아버지 별세…향년 9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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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피해 수당으로 빵과 팔찌 만들어 취약계층에 선물
경로당서 정 쌓았던 후평동 어르신들 아쉬움 감추지 못해

◇고(故) 김교환 할아버지와 이순주 할머니가 직접 만든 구슬팔찌를 착용한 채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강원일보 DB

고엽제 피해자 수당으로 빵과 팔찌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게 선물했던 ‘기부천사’ 김교환 할아버지가 지난 13일 향년 9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월남전 참전용사인 고(故) 김 할아버지는 지난 2006년 춘천시 후평2동에 위치한 아파트 경로당에 빵 굽는 기계를 들였다. 이후 2~3일 간격으로 직접 빵을 만들어 인근 경로당 8곳과 독거노인에게 배달했다. 빵 재료비와 기계값은 매달 30여만원씩 지급됐던 고엽제 피해자 수당과 자녀들이 건넨 용돈을 아껴 해결했다.

김 할아버지가 빵을 굽기 시작한 이유는 젊은 시절 20여년간 빵집을 운영했던 경험을 솜씨를 발휘에 이웃과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5년동안 제빵 봉사를 하던 김 할아버지는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 탓에 허리 통증이 심해지면서 빵 나눔 봉사를 중단했다.

이후 건강을 회복한 뒤 부인인 고(故) 이순주 할머니와 함께 구슬팔찌를 만들어 병원과 시장, 노인정 등에서 만난 노인들에게 나눠줬다. 팔찌를 받고 기뻐하는 노인들의 미소는 부부의 삶의 이유가 되어줬다.

평생을 봉사에 힘써온 김 할아버지는 지난 13일 끝내 하늘의 별이 됐다. 고인과 정을 쌓았던 춘천 후평동의 어르신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명순(79) 할머니는 “고인은 빵집에서 파는 것처럼 뜨끈뜨끈한 빵을 손에 쥐어주며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이웃을 반겼다”며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진 경로당에 매일 나와 수다를 떨며 정을 쌓았었다”고 슬퍼했다.

김 할아버지의 아들 김기용씨는 “아버지께서는 살아생전 남을 돕고 베푸는 봉사정신을 강조해 오셨다”며 “가족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아버지께서 하늘나라에서도 행복한 나날만 가득하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15일 춘천 동산추모공원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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