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믿음과 사랑이 없는 곳에 교육은 없다

김동수 속초 청봉초교장

저학년 아이들 공부가 끝나는 시간에 아이들 가는 모습 지켜보느라 현관에 서 있는데 “교장 쌤!” 하면서 아이들이 달려와 품에 안긴다. “그래, 오늘 즐겁게 보냈어?”, “네!” 아이들 밝게 웃는 모습에서 아이들의 하루를 미루어 짐작한다. 교사는 이런 즐거움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참아야 할 일도 많다. 등교 시간 학교 앞 좁은 길목 승용차를 세워놓고 다른 차야 가든 말든 내 아이가 길을 다 건널 때까지 지켜보는 부모가 있어도 꾹 참아야 한다. 세상 어떤 아이보다 내 아이가 소중한 게 부모 마음이라는 걸 아니까! 집에서는 아침밥 제대로 챙겨 먹지 않고 오는 아이들이 많아도 학교 급식이 맛이 없다느니, 국이 싱겁다느니 항의해도 참아내야만 한다. 그건 학교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내 아이 한 명 키우는 것도 힘들다는 부모들이 많은 세상에 수많은 아이를 달래가며 가르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는 교사에게 “당신 같은 사람이 교사 자격이 있냐? 애를 낳고 키워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아이들 가르치냐?” 막말을 퍼붓는 부모. 그것 때문에 속이 상할 대로 상해 눈물 뚝뚝 흘리는 저 여린 선생님을 달래며 어쩌다 우리 교육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 선배 교사로서 차마 부끄러워 낯을 들 수가 없다. 코로나로 어렵던 때도 집에만 있을 아이들이 걱정돼 돌봄교실을 5반이나 운영했던 교사들이고, 지난해 일상으로의 전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학년별 체육대회, 학부모 상담주간 운영, 학부모 공개수업 그리고 청봉축제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애써준 최고의 교사들이다. 이런 교사들에게 교사 자격 운운하는 소리를 하다니 참담하다.

담임이 가르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고 기다려주면 아이들에겐 최고의 담임이 될 것이다. 그게 내 아이를 위한 최선의 길이다. 학교는 부모와 교사가 서로 믿음을 가지고 아이가 잘 자라도록 서로 돕는 희망의 공간이고 사랑의 터전이다. 믿음과 사랑이 없는 곳에 더 이상 교육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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