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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강원도]K마을에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구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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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문진영 ‘딩’

현대문학 핀 시리즈 46번째 작품
여기저기 강원도 모습도 떠올라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춘천 출신 소설가 문진영의 소설 ‘딩’이다. 올 4월 현대문학 핀 시리즈 마흔여섯번째 작품으로 출간된 최신작이다.

저자인 문진영은 2009년 창비장편소설상에 ‘담배 한 개비의 시간’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꽤나 긴 공백기를 거친 탓에 대중에게는 최근에서야 조금씩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는 작가다. 2021년 ‘두 개의 방’으로 김승옥 문학상을 수상한 후 지난해 11월 두번째 장편 ‘햇빛 마중’을 펴냈고, 이번에 중편 분량의 ‘딩’ 출간에 이르기까지 최근 들어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소설 ‘딩’은 어느 바닷가에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구원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다.

제목인 ‘딩(Ding)’은 소설 속 등장인물 P가 만든 서핑 동아리 이름으로, 보드에 뭔가가 부딪혀 상처가 나면 그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사실 소설 속에는 어떠한 장소를 특정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직접적인 표현이나 언급은 없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곳의 이름도 K마을로 익명화돼 있다. 다만 강원도 동해안 곳곳을 두루 걸었을 때 받은 인상이 포개져 K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작가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뿐이다. 실제 소설을 읽다 보면 여기저기 강원도의 모습이 반갑게 스치곤 한다.

소설은 첫 장을 넘기고 나서 2~3시간이면 완독에 도달할 정도로 흡입력이 좋다. 전체 분량(총 171쪽)이 그리 길지 않은 것도 있지만 옴니버스식 구성 때문에 30쪽 남짓한 아주 짧은 단편 다섯 편을 읽는 느낌이다. 그래서 금세 끝낼 수 있다. 물론 재밌으니 그렇다. 소설에는 모두 5명의 화자(話者)가 등장한다. 아버지로 인한 어떤 일 때문에 서울로 올라간 ‘지원’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고향마을로 돌아온 지원은 서먹해진 절친 ‘주미’와 다시 만남을 갖는다. 선배와 사기꾼 등 이런저런 남자들에게 상처를 입은 주미는 홀로 모텔 카리브를 운영하며 살고 있지만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주미는 여전히 챙겨주고 싶은 애틋한 친구다. 주미의 모텔을 찾은 ‘재인’은 얼마 전 401호에서 죽은 P의 애인이다. 유서도 없이 떠난 P의 흔적을 찾아 K마을에 온 그는 서핑 숍에 딸린 카페에서 일하며 영식의 포장마차를 들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아이를 잃은 ‘영식’은 부인과 이혼한 후 무기력하게 살다 어린 주미로 인해 삶의 의미를 되찾고 포장마차를 연 인물이다. 얼마 전 함께 일하던 동료를 화마에 잃은 베트남 출신 ‘쑤언’은 K마을에서 영식과 같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희망을 품고 살게 된다.

마치 불교의 ‘연기론(緣起論)’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의 인연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얽히고설키며 영향을 주고 또 받고 있다. 각 편에 등장하는 ‘고래’는 인물들에게 과연 어떻게 다른 의미로 다가올지에 대한 생각부터 마침내 층계참의 귤로 이어지는 인물 간의 순환적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잘 짜인 구성들은 무릎을 치게 한다. 무엇보다 서두에 나오는 서울에서 3시간 반 거리, 흰색과 붉은색 등대가 동시에 있는 곳, 서핑의 성지라는 표현에서는 어떠한 곳들이 후다닥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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