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전기·가스요금 체납 430명, 취약계층 여름 두렵다

여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기온 상승에 여름철 냉방비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에너지 취약계층은 올여름 나기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강원도 내에서 전기요금을 내지 못하거나 단전·단가스를 겪은 에너지 취약계층이 400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 무더위에 2분기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까지 겹치며 서민들의 어려운 여름 나기가 예상되는 만큼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사회보장원이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신영대 의원에게 제출한 ‘에너지 취약계층 발굴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겨울(2022년 11월~2023년 2월) 집계된 에너지 취약계층은 5만3,753명으로 전년 동기(2만3,518명) 대비 129% 증가했다.

도내에서는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430명이 전기요금을 체납하거나 전기, 가스가 끊기는 경험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항목별로 전기료 체납자가 387명으로 가장 많았고 단전, 단가스 사례가 각각 36건, 7건이었다. 전기료 체납자가 제일 많은 지역은 83명을 기록한 강릉이었다. 난방이 없어 얼어 죽는 것만큼이나 냉방이 없어 쪄 죽는 일은 심각한 문제다. 폭염도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해야 한다. 올여름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치솟자 에어컨 등 냉방기를 벌써부터 가동한 사람이 많다.

특히 에어컨보다 전력 소비가 월등히 낮은 선풍기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냉방비 폭탄의 염려 때문이다. 고물가 상황에서 서민들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더 이상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에 안주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에 달하지만 전기 등 에너지 요금 수준이 낮아 1인당 에너지 소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4위 수준일 정도로 에너지를 많이 쓴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전기요금이 올랐으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원가보다 싼 전기를 쓴다. ㎾h당 155원 선으로 올랐으나 공급가(165원)보다 10원 정도 저렴하다. 이런 상태에서 에너지 효율성 수준은 낮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에너지원단위(TOE/1,000달러)는 한국이 OECD 36개 국가 중 33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에너지 위기는 물가·환율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가정과 기업은 에너지 자체를 줄이는 데 나서야 한다. 정부도 에너지 효율화를 유도할 인센티브 제고 등 모든 가능한 정책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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