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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지방소멸과 백년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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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이 분석한 K-지방소멸지수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 중 소멸 위기 지역은 59곳에 이른다. 도내 18개 시·군 중 절반이 소멸 위기 지역이고, 정선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정선의 출생아는 90명으로 역대 처음으로 100명 선이 붕괴됐다. 최근 10년간 연간 사망자 수는 출생아의 3배가 넘는 350~422명에 달한다. ‘인구 3만명 붕괴 우려’가 괜한 걱정은 아니다. ▼프랑스 의사인 알랭 봉바르는 “바다에서 조난당해 표류하는 사람이 평균 3일밖에 살지 못하는 것은 절망감 때문이며, 삶의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장시간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먹을 것 하나 없이 작은 고무보트 하나로 카나리아제도를 떠나 장장 65일에 걸쳐 4,400㎞를 표류한 끝에 서인도제도에 도착했다. 희망이 있다면 어떠한 악조건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정선군 역시 절망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26년까지 8,357억원을 투자해 인구 소멸을 막고 정주인구 3만3,000명을 유지하겠다는 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내놨다. 출생아와 사망자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는 없지만 정주인구를 유지하고 생활인구와 관계인구를 5~10%씩 늘려 가기 위한 많은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백년지대계라 불리는 ‘교육’ 지원이다. 현재의 환경이 절망적인데 먼 미래까지 내다본 교육에 많은 예산과 정성을 들이는 것이 얼핏 무모해 보일 수 있겠지만, 정선군은 미래를 위한 당연한 투자라 말한다. 주민과 학교 당국 또한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한 고교 동문들은 성적 위주의 장학제도에서 벗어나 인턴십 과정이나 실물경제교육과정에 참여하는 ‘자율형 인재’ 장학금을 조성했다. 함백고는 농공단지가 많은 지역 특성을 살려 ‘유통정보과’를 ‘드론물류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정선정보공고는 학생 선호도가 높은 ‘커피베이커리과’를 신설했다. 새로운 길 모색에 혼신을 다하는 만큼 정선군의 극세척도(克世拓道)가 실현되길 간절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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