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갈등과 대립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간호법은 직역(職域)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며 “직역 간 협의와 국회의 숙의 과정에서 갈등이 해소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 거부권 행사다. 간호법 제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갔다. 4월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0일 만이다. 의료 현장의 갈등과 대립도 격화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대표자회의를 열어 진료지원간호사(PA) 업무 거부와 면허 반납 등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1만여명의 PA가 업무를 거부할 경우 병원 진료와 수술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다. 대한의사협회 등도 지난 16일 공포된 의료법 개정안에서 금고 이상 실형 때 의사면허를 박탈한다는 조항을 문제 삼아 파업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니 걱정스럽다.
5월 임시국회에서 ‘강원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강원도 역시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여야의 대치가 심화되고 있는 탓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 의혹’에 대해 연일 비판하고,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국민을 거부한 것”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오는 22일 ‘강원특별법 전부개정안’ 법안 심사를 앞두고 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도 파행됐다. 국민의힘 장제원 행안위원장이 선거관리위원회 북한 해킹공격과 관련한 질문을 하는 과정 속에 돈봉투 전당대회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이성만 의원과 언성을 높이며 충돌했다. 민주당 김교흥 간사는 장 위원장의 사과를 촉구하며 회의장을 떠났고 향후 일정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6월11일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강원도로서는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충분한 숙의 과정이 사라진 안타까운 정치의 피해를 국민과 강원도가 고스란히 뒤집어쓸 판이다. 되풀이되는 ‘협치 실종’ 사태에 국가경제는 쇠퇴하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지난 1년간 국회의 법안 통과율이 9.4%에 불과한 사실은 극심한 정쟁을 일삼는 정치권의 부실함과 태만을 증명한다. 이해관계나 갈등을 조정하고 적극 중재해 사회적·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민생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정치와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이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에 노력하기는커녕 계층과 집단의 이익이 갈리는 문제에 대해 반목하고 대립하는 모습을 드러내며 국민을 갈라놓고 국론 분열을 조장하기 일쑤다. 진보·보수 양쪽 진영의 극단적인 정치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진정한 협치와 통합에 나서야 할 때다. 국민을 섬기는 게 최우선이다. 대화와 양보로 더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말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