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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황금마차’

‘강원의 아들’ 손흥민 선수가 세계 최고 축구 무대인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껏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박세리 선수를 보고 자란 ‘세리 키즈’들도 여자 골프 정상을 맴돈다. 세계인은 영어로 소통하며 인류애를 나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고려시대였던 1096년 강의 기록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 이미 개교한 영국 옥스퍼드대학은 전 세계 인재들이 몰려 인류 미래를 이끌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 현대인들 실생활 곳곳에 영국 문화가 뿌리내린 지 오래다. ▼19세기 영국 식민 통치를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nica)’라 일컫는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위용이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힘자랑을 하지만 인류 보편적인 문화로 보면 영국의 지분이 지대하다. 며칠 전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즉위식이 열렸다. 꿈에서도 보기 힘든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향하는 국왕 부부는 뭇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3개국 축하사절이 현장을 메웠고 1,7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었다. ▼호화로운 즉위식 준비에 영국 내 여론이 그리 달갑지 않자 행사가 축소됐다. 군주제 반대 여론까지 터져 나오며 민심이 등을 돌린 이유는 이들이 ‘불륜 커플’이라는 점이 한몫을 했단다. 세상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남편의 추문에 시달리다 이혼하고, 결국 이국땅에서 의문의 생을 마감한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기억하는 이가 아직 많다. 그때 왕세자 스캔들의 당사자가 즉위식 주인공이 됐다. ▼세상사가 모두 겉과 속이 똑같을 수는 없다. 추잡한 이면이 노출되지 않도록 온갖 짓을 다해 포장하기 급급하다. 한순간 모든 사람을, 몇몇 사람을 속일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기만할 수는 없다. 열등감으로 선의의 경쟁자를 모함하거나 협잡으로 동료를 곤란에 빠뜨리는 권모술수는 한때 통할 수 있다. 그러나 지위나 계급에 무조건 복종과 존경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 아첨으로 쌓은 자리는 모래성이다. 추악한 자신의 내면은 스스로 더 잘 알기에 늘 좌불안석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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