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총선
총선
총선

칼럼

[신호등] 어느 마약 사범의 후회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신하림 사회부 차장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세 번(1998년, 2014년, 2016년) 형사 처벌을 받은 춘천의 A(여·49)씨. 그는 20대 시절 교제 중이던 남성으로부터 필로폰을 권유받아 처음으로 투약했다.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16년이 지나 무너졌다. 생업이 어려워 자산이 경매로 넘어가던 시기, 다시 필로폰에 손을 댔다. 누범 기간 중 또 필로폰을 투약해 교도소에서 2년간 복역했다. 그는 이 시기를 뼈에 사무치도록 후회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생인 자녀가 커 가는 과정을 지켜보지 못했고, 출소 한 달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 다시 마약을 찾지 않기 위해, 그는 출소하자마자 정신과 의원을 찾아갔다. 의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비용이 적지 않았지만 3개월간 병원을 찾았다. 약물 치료와 상담이 병행됐고, 특히 의사의 상담은 큰 도움이 됐다. 마약이 일상의 고통을 잊게 해준 것이 아니라, 고통에 더 빠지게 했음을 뒤늦게 나마 깨달았다. A씨는 요즘 직업 교육 훈련을 받으며 재기를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필로폰을 권유했던 사람들과 다시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A씨는 "마약은 사회 격리 뿐만 아니라 치료도 필요한 범죄"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일상을 파고든 마약 범죄'란 3회 분량의 기획 보도를 했다. 마약 음료가 원주의 평범한 주택가에서 제조 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강원 지역사회에도 적잖은 파장을 낳았기 때문이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법원의 판결을 거쳐 드러난 마약 범죄 발생 추세를 다뤘다. 이제 마약은 SNS로 언제 어디서든 구하기 쉬워졌고, 마약 사범도 20~30대에 이어 10대까지 증가하며 저연령화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마약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급 뿐만 아니라 수요도 잡아야 한다. 마약 공급책을 잡는 것은 공권력의 영역이지만, 수요를 잡는 것은 지역 사회의 영역이다. 마약의 심각성을 가장 잘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마약 사범이란 생각이 들었고,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 나섰지만 만나기 어려웠다. 이들을 보호·치료하는 기관이 강원지역에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한 달 간 수소문한 끝에 지난 9일 한 기관으로부터 소개 받은 A씨를 인터뷰 할 수 있었다. '일상을 파고든 마약 범죄' 기획 기사에서는 소개할 수 없었던 인터뷰 내용을 이 글을 통해서 나마 전한다. A씨는 마약에 손을 댔던 스스로를 질책하고 "나 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최근 마약 범죄 예방을 위해 많은 정책이 나오고 있다. 마약 사범의 재범률이 36%로 다른 범죄 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독의 고리'를 끊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범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마약 뿐일까? 알콜, 도박도 마찬가지다. 중독자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나가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주변의 지지와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정신 건강과 관련된 인프라를 점검해 봐야 하는 이유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