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 '디올'이 최근 자사 SNS에 올린 광고 사진으로 중국에서 '인종 차별'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12일 중국 SNS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한 아시아계 모델이 눈꼬리를 위로 당기는 모습을 클로즈업한 디올 광고 사진이 빠르게 확산됐다.
해당 사진이 서양 문화권에서 동양인을 비하할 때 사용되는 찢어진 눈, 이른바 '슬랜트 아이'(slant-eyed)를 강조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디올이 점점 마지노선을 시험하고 있다", "디올은 꺼져라. 내 평생 디올을 상대할 일은 없다"는 등 중국 누리꾼들의 분노한 반응이 잇따라 올라왔다.
디올이 중국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7월에는 '중국 전통의상을 모방했다'는 지적을 받아 뭇매를 맞았다.
당시 디올의 가을 컬렉션에 포함된 치마 중 하나가 중국 명·청대 한족 여성들의 전통의상인 마멘췬(馬面裙)을 모방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여론이 일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치마 앞·뒤에 높은 트임이 있는 점, 양 측면에 주름이 있는 점 등을 닮은 요소로 꼽으며 "정작 디올이 중국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점은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도 당시 "일부 중국 전통의상 애호가들의 주된 우려는 (디올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글로벌 소비자들이 디올 제품 디자인이 오리지널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일부 중국 문화에 낯선 사람들은 마멘췬을 '모방품'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디올은 지난 2021년 11월 상하이에서 열렸던 '레이디 디올' 전시회에서 주근깨투성이 얼굴에 눈화장을 짙게 한 모델이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을 전시해 중국인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아시안에 대한 서양인의 전형적인 편견을 형상화했다', '지저분한 스타일이 중국인의 얼굴을 비하하는 것'이라는 중국인들의 비판이 일었고 글로벌타임스, 인민망 등 중국 매체들도 이에 가세했다.
결국 해당 사진을 찍었던 중국의 유명 사진 작가이자 비주얼 아티스트 천만(陳漫)은 "미숙하고 무지했다"며 사과했다.
디올도 해당 사진을 전시회에서 정리하고, 인터넷에서 삭제함과 동시에 SNS에 사과 메시지를 게재했다.
디올은 한국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16년 4월에는 자사 주최 전시회인 '레이디 디올 애즈 신 바이(Lady Dior as Seen by)'에 전시된 사진 중 하나가 '유흥가 앞에서 명품백을 들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한국 여성을 비하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이같은 지속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디올이 지난해 한국에서 올린 매출은 9,000억을 넘어섰다.
지난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의 매출액은 9,295억 2,532만원으로 전년 동기(6,124억 6,876만원) 대비 51.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37억 5,161만원으로 53.05% 늘었다. 반면 기부금은 전년도의 1,000만원 대비 소폭 늘어난 1,620만원에 불과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디올 홍콩법인(67.80%)과 프랑스 본사(32.20%)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어 프랑스 본사는 배당금으로 약 530억원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더인 지수가 디올의 글로벌 앰배서더에 이어 뮤즈로 발탁, 디올의 매출 일등 공신으로 평가 받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동양인에 대한 잇따른 비하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동양인 모델을 활용해 자사의 매출을 신장시키고 있는 디올의 이번 사태에 대한 해명에 대중들의 시선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