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국경·시대 초월해 구겨진 관객들 마음 펴주는 봄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공연 리뷰] 문화프로덕션 도모 한일 협력 연출 ‘댄스씨어터 봄봄’
7일 춘천 실레마을 아트팩토리봄서 시작…30일까지 매주 금토일

◇문화프로덕션 도모가 오는 30일까지 춘천 아트팩토리봄에서 ‘댄스씨어터 봄봄’을 선보인다. 공연 사진.

‘일본인 연출이 어떻게 봄봄을 이해하고 각색할까?’, ‘수많은 변주로 이미 많이 본 봄봄에 또 새로운 게 뭐가 있을까?’ 라며 마음속에 구겨놓았던 마음이 펴진다. 지난 7일 김유정의 고향 실레마을 아트팩토리봄에서 막을 올린 문화프로덕션 도모 ‘댄스씨어터 봄봄’을 보고 난 후다.

김유정의 원작 봄봄은 193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점순이와 성례를 원하는 ‘나’와 장인 ‘봉필’의 대립을 해학적 표현으로 그린 작품이다. 그의 향토색 짙은 ‘봄봄’은 김유정 특유의 작품 특징을 살리면서도 스즈키 타쿠로 연출가의 현대적인 감각과 만나 조화롭게 각색됐다. 현대 무용, 음악이 어우러져 유쾌하게 전개됐다.

◇문화프로덕션 도모가 오는 30일까지 춘천 아트팩토리봄에서 ‘댄스씨어터 봄봄’을 선보인다. 지난 7일 개막 공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출연진들과 스즈키 타쿠로 연출 모습.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종이접기’의 활용이었다. 아오야마 케니치가 무대 디자인을 맡았는데, 한 장의 커다란 종이는 큰 소로 접히고 그것이 퍼져 스크린이 됐다. 종이로 된 바닥은 책처럼 펴져서 또다른 바닥이 됐다가 또 무언가를 숨겨 놓은 비밀의 공간이 되는 등 다채롭게 바뀌었다. 종이로 만든 항아리, 셀로판지를 활용한 듯한 연출 기법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관객들은 자리에 놓인 종이를 구겨 ‘종이밥’을 만들어 던지며 무대를 만끽했다. 작품 속 점순이와 ‘나’, 봉필의 관계는 대사뿐 아니라 무용으로 살렸다. 서로 다른 색의 옷을 입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점순이와 ‘나’를 통해 점순이가 빨리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혼인을 기대하는 심정이 드러났다.

또 공연이 끝난 후 도모는 새로운 ‘극장식당’을 선보여 공연장 앞에서 컵닭갈비, 맥주, 막걸리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도모는 점순이를 떠오르게 하는 시그니처 캐릭터도 개발, ‘책과인쇄박물관’과 협업해 제작한 엽서, 생강나무꽃차 티백 등 다양한 상품도 공개했다.

◇문화프로덕션 도모가 기획 제작해 공개한 상품.

이번 공연은 한국과 일본이 문화를 통해 협력할 수 있음도 생각케 했다.

앞서 지난 6일 열린 간담회에서 스즈키 타쿠로 연출은 “2017년 작품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이 극장이 없었다. 김유정의 고향마을에서 공연을 올린다는 것이 꿈같다. 어린이들이 즐거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좋겠다고 생각해 몸동작을 더 많이 넣었다”며 “(양국간)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고 연습을 하며 지내고 대화를 함으로써, 사람 사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고 또 그것이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시작점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장’역을 맡은 이성원 배우는 “문화에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일관계가 나쁘다는 것은 역사와 정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즐겁고 슬픈 인간의 감정은 국적과 상관없이 느끼지 않나. 우리가 함께 뭉쳐 만들었다는 것에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공연은 오는 30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2시 볼 수 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