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불에 탄 채 4년째 방치돼도 속수무책 … 6천채 ‘빈집’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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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내 15개 시·군 6,381동 달해
예산 여건상 400~500동 정비 그쳐
범죄, 사고 이어져 제도 점검 시급해

◇21일 춘천시 교동의 한 빈집. 2019년 12월 불에 탄 이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사진=신하림기자

21일 춘천시 유봉여고 후문의 한 골목길에는 불에 타 검게 그을린 슬래브 지붕의 단층 주택이 있었다. 목조 골격과 건물 외벽만 간신히 남아있었고, 문이 뜯겨 훤히 들여다 보이는 실내 바닥에는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해당 주택은 9년 간 빈집으로 방치됐다가 2019년 12월 화재가 발생한 곳이다. 미관을 해치고, 위험하다는 민원이 빗발쳐 춘천시가 소유주에게 정비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4년째 묵묵부답이다.

범죄와 사고의 온상인 '빈 집'이 속출하고 있다. 각 시·군이 빈집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과 행정력의 한계로 '찔끔' 수준에 그치고 있다.

21일 강원도에 따르면 도내 15개 시·군(철원, 인제, 양구 제외)이 처음으로 전문기관(LX)에 의뢰해 빈집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6,381동으로 파악됐다. 이 중 65%는 농촌(읍·면)에 있고, 35%는 도심(동)에 있다.

빈집의 절반은 안전 문제가 심각했다. 춘천, 원주, 강릉의 빈집 1,862동 가운데 44%(817동)는 국토교통부가 빈집을 분류하는 1~4등급 중 '위해한 빈집'에 해당되는 3~4등급에 포함됐다.

빈집은 사고와 범죄의 위험도도 높다. 2021년 1월 원주에서는 친척 소유의 20년 된 빈집에 들어가 방 한칸에서 거주하던 A씨가 추위를 피하기 위해 석유 난로를 켰다가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인근 주택으로 번져 일가족 3명이 숨졌고, A씨는 금고 3년형을 선고 받았다. 춘천의 B씨는 폐가 부근에서 대마를 발견하고, 이를 섭취했다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빈집 정비 사업의 속도는 더디다. 올해 도내 18개 시·군은 20억원을 들여 빈집 419동을 정비할 예정이다. 빈집정비사업은 재정분권 추진으로 2020년부터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시·군 이양 사업에 포함, 국·도비 지원이 안된다. 이 때문에 매년 시·군이 400~500동씩 정비해도, 비슷한 규모의 빈집이 또 생겨나면서 제자리다.

시·군별 정비 사업의 방식도 제각각이다.

춘천은 농촌보다 정비가 더 어려운 '도심 빈집'은 전액 철거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원주는 도심 빈집은 철거 사업은 안 하고, 정비사업(출입구 폐쇄 등)만 하고 있다.

강원경찰청은 21일 열린 도자치경찰위원회 실무협의회에서 지자체에 빈집 정비사업 확대를 요청했다.

도 관계자는 "2020년 도입된 특정 빈집 철거제도로 직권 철거 할 수 있지만, 사유 재산을 처분할 수 없어 실질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빈집 활용 대책 등을 더 적극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21일 춘천시 교동의 한 빈집. 2019년 12월 불에 탄 이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사진=신하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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