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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경쟁은 죄가 없다

서기성 교육정책연구자문그룹 ‘오늘’ 대표·화천 원천초 교사

영국의 건강보험서비스(NHS)가 세계 최초 ‘공공 의료보험’을 도입한 후 77년 만에 파산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모든 병원이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공공병원이어서 처음부터 의료 서비스의 질도 높지 않았는데, 영국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평균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축이 ‘자유’와 ‘경쟁’이다. ‘경쟁’을 통해 얻는 것이 많다.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한다. 독과점이 되면 고객들에게 불친절해지고, 서비스 질도 낮아지며, 비용은 높아진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운 혜택들은 어쩌면 ‘경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쟁’은 좋은 일 하면서 오해도 많이 받는다. 교육에 있어서도 어느 날부터 ‘경쟁’은 왕따가 되다시피 했다. 경쟁 앞에 입시를 붙이면서, ‘경쟁’은 몰매를 맞다시피 했다. 대입을 앞두고 새벽 별보고 학교 가서, 밤 12시에 귀가하는 아이들을 보니 ‘경쟁’때문이라고 욕을 바가지로 먹게 되었나 보다. ‘경쟁’이 아이들의 자유와 학창 시절의 낭만을 앗아가는 주범처럼 여겨졌다. 그뿐 아니라, ‘경쟁’이 아이들의 인성까지 망친다는 오명(汚名)까지 뒤집어쓰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경쟁’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한동안 교육 현장에서 ‘경쟁’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상이 사라지고, 시험이 사라지거나 축소되고, 다른 상은 되는데 학력상은 안 되는 역차별이 시작되었다. 각종 경쟁성 대회가 사라지거나 축소되었다. 서열화는 나쁜 것이 되었다.

‘경쟁’을 교실에서 내쫓았더니 학습의 무동기화, 무기력 현상이 생긴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닌 것은 진리이지만,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패배를 위로하는 현상도 생기는 거 같다.

인류 역사상 ‘경쟁’이 없었던 적이 없다. ‘경쟁’은 실존이다. 부인한다고 해서 없어질 존재가 아니다. ‘경쟁’을 부인한 대가는 전쟁에서 지거나, 나라가 망하거나, 기업의 몰락이나, 개인의 쇠퇴다. 현실적인 사례는 부지기수다.

‘경쟁’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경쟁’을 다루는 사람들의 인성 때문이었는데, ‘경쟁’만 억울하다. 수월성 교육을 반대하면서, 굳이 자기 자녀는 특목고에 보내는 이율배반은 ‘경쟁’의 실존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 잘되기 위한 경쟁이 나쁜 경쟁을 만든다. 좋은 인성이 좋은 경쟁을 만든다. 지금까지의 나쁜 경쟁은 ‘경쟁’이 나빠서가 아니라, 나쁜 인성 때문이었음이 이제야 선명히 보이는 것 같다. 이제라도 ‘경쟁’에게 사과 한 마디는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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