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연료'로 대표되던 경유가 가격 상승세를 지속하며 고가 외제차에 쓰이는 고급휘발유 가격마저 넘어섰다. 겨울철 난방유 수요 증가로 경유값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고급휘발유를 판매하는 도내 주유소 69곳 중 35곳은 경유를 고급휘발유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3곳은 경유와 고급휘발유를 같은 가격에 팔았다.
강릉 홍제동에 위치한 A주유소의 경우 경유가 2,028원으로, 휘발유(1,798원)는 물론 포르쉐 등 고성능 외제차에 사용되는 고급휘발유(1,968원)와 비교해도 60원 비쌌다. 춘천 동내면의 B주유소는 경유를 ℓ당 1,909원, 고급휘발유를 1,779원에 판매, 경유값이 고급휘발유 가격을 130원이나 앞섰다.
지난 12일 기준 도내 평균 경유값은 ℓ당 1,897.86원으로 집계됐다. 보통휘발유(1,677.08원)보다 220.78원 비싸고, 고급휘발유(1,900.91원)보다 3.05원 저렴하다. 다만 도내 고급휘발유 가격은 19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인데 반해, 경유값은 5주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평균가격에서도 경유가 고급휘발유 가격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경유값이 치솟고 있는 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때문이다. 디젤차 이용 비중이 높은 유럽의 경우 경유의 60%를 러시아 수입에 의존 했지만 전쟁으로 공급량이 줄면서 경유값 상승을 부추키고 있다. 공급량이 줄면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다.
여기에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에 동일한 유류세 인하율을 적용한 점은 경유와 휘발유 가격 역전에 한몫했다. 그동안 국내 휘발유값에 부과된 세금이 경유보다 더 많았지만, 같은 비율로 세금을 인하하다 보니 휘발유의 인하 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경유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동절기를 앞두고 난방 목적의 경유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최종헌 한국주유소협회도지회장은 "통상 여름철에는 휘발유 수요가, 겨울철에는 경유 수요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경유 가격 상승요인이 큰 시기인 만큼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