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소나무 집단고사, 철저한 원인 규명 대책 세워야

설악산국립공원 내 생태공원 20여 그루
경제적 가치 잘 인식하고 관리해야 할 때
재선충병 확산 방제에도 각별한 신경을

우린 민족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소나무가 신음하고 있다. 강원도 산림보호팀과 북부지방산림청, 국립산림과학연구원은 지난 21일 인제군 북면 한계리 설악산국립공원 내 생태공원에서 소나무 20여 그루의 집단고사 현상에 대한 긴급 현장조사를 벌였다. 첫 발견 당시 소나무 재선충병 발병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감염목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 고사 원인이 미궁에 빠진 상태다. 강원도와 산림당국은 이 같은 현상을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이날 현장조사와 정밀 분석을 통해 원인을 찾기로 했다. 철저한 조사로 고사 원인을 밝혀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도의 산림 면적은 우리나라 산림 면적의 21%를 차지, 전국 제1의 산림도(山林道)다. 또한 강원도의 수려한 자연경관은 관광자원으로서 잠재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 산림휴양 및 산림문화 시설을 즐기려는 이용객이 해마다 급증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웰빙 시대에 걸맞은 건강식품, 청정 산채나물 등의 임산물 수요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소나무 자원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이에 대처할 수 없다.

최근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 피해가 확대되고 있고,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금세기 말쯤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사라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있어 온 터라 설악산국립공원 내 소나무 집단고사는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소나무 아래서 태어나 그 몫으로 소나무를 심고 소나무와 더불어 살다가 소나무 그늘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심고 가꾼 소나무에서 땔감을 얻고 집을 지으며, 배고플 때 구황(救荒)으로, 죽을 때는 관재(棺材)로 소나무를 이용함으로써 민족수 소나무와 동고동락하며 살아 왔다. 인간과 자연 상생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때문에 소나무의 경제적 가치를 인식하고 관리해야 한다.

1992년 리우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SFM)이라는 산림 관리에 관한 새로운 국제규범(Global standard)을 선언했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는 산림이 주는 사회적·경제적·생태적·문화적·정신적인 다양한 혜택을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산림을 잘 관리하자는 인간과 자연의 상생 정신이 담겨 있다. 우리 민족의 소나무 관리 정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기억에 아직 생생한 2000년 4월의 동해안 산불은 2만3,000㏊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때 타버린 산림 중 60%가 개인 소유의 산림이었으며, 소나무 숲이 70%를 차지했다. 소나무는 수천년 동안 우리나라 임산자원의 주인공, 자연환경의 근간이자 민족정서의 버팀목이다. 잘 활용해야 할 때다.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완전 방제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대만, 일본과 같이 소나무 숲이 소멸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성공한다면 특히 강원도는 산림정책과 산림자원의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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