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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부활 꿈꾸는 천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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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군은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홍천군 다음으로 면적이 넓다. 미수복지역을 합하고 1963년 서화면에 합면됐던 해안면이 1973년 양구군으로 다시 편입되지 않았다면 아마 면적 1위는 인제군이었을지도 모른다. 인제군 6개 읍·면 가운데 가장 북단은 민통선과 DMZ가 지나는 서화면이다. 주민등록인구는 올 8월 말 기준 2,700여명에 불과하다. 인구 구성은 전방지역 특성상 주둔부대 관련 군장병 및 군인가족이 눈에 띈다. ▼지금은 접경지역 시골의 한 면이지만 한때는 남부럽지 않은 호황을 누리던 때가 있었다. 1970~1980년대 서화면 천도리다. 당시 천도리는 ‘동양의 하와이’, ‘동부전선 라스베이거스’로 불렸다. 서화면 인근 군장병들이 위수지역 비득고개를 넘지 못해 천도리는 절정을 맞았다. 밤이면 거리는 군인 손님들로 들끓었고 사람이 모이는 곳은 으레 돈이 몰렸다. 당시를 회상하는 마을토박이들 사이에서는 장사가 잘되는 가게들은 하루 매상을 포대 자루로 담았다는 말도 전해질 정도다. ▼흥이 있으면 망이 있기 마련이다. 잘나가던 천도리도 1980년 이후 군 위수지역 완화로 군장병들이 인근 원통과 멀게는 속초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쇠락의 길을 걷는다. 여기에는 군장병들의 술문화와 면회 방식의 변화도 한몫했다. ▼서화면 일대가 최근 들어 부활을 꿈꾸고 있다. 2019년부터 인제군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경관개선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천도리 택지조성사업을 비롯해 서화리 공영주차장 등 공사가 속속 마무리되며 낙후된 이미지를 벗고 도시 전체가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인북천에는 물빛테마공원을 조성해 정주여건 개선에도 나섰다. 지난 14일 70년 만에 일반에게 개방한 DMZ 평화의 길도 호재다. 첫 성과로 인제군은 21일 지역의 관문 역할을 할 비득고개 광장과 물빛테마공원 준공식을 갖는다. 사람들이 떠나고 낙후된 이미지로 전락한 서화면이 1980년대 화려했던 영광을 재현할 것인지 기대된다.

김보경부장· bkk@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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