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1971년 5월 멸치잡이 조업 중 납북된 속초 주민 6명이 귀환 후 반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처벌받은 ‘창동호 사건’(본보 3월23일자 13면 보도)의 피해자 중 1명이 지난 31일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창동호 사건은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 중에서는 최초로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국가의 포괄적인 잘못과 책임이 인정돼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진 사건으로 검찰이 직접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구형하며 진실규명 의지를 보였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1단독 김찬년 판사는 이날 창동호 납북귀환어부 고(故) 장모씨에 대한 반공법 위반 혐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장씨는 1971년 5월 창동호 선장 등과 공모해 조업 중 어로한계선과 군사분계선을 넘어 반국가단체 지배지역으로 탈출한 혐의로 1972년 8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판사는 “국가기관의 불법 구금 상태에서 이뤄진 조사로 같은 사건의 다른 어부들이 이미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은 점을 들어 검사가 무죄를 청구하고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이번 사건은 공소사실 증명이 없는 데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선고가 내려진 후 방청석에서 판결을 지켜본 장모씨의 동생 A씨는 “하실 말씀이 없느냐”는 김 판사의 질문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눈물을 훔쳤고 김 판사는 “당연한 것을 바로잡았는데 저희가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위로했다.
이어 법정에서 나온 A씨는 취재진에 “돌아가신 상태에서 누명을 벗게 돼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살아계셨으면 엄청나게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보살펴주고 관심을 가져준 여러분께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며 “같은 처지에 있는 납북 귀환어부들도 똑같이 무죄판결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는 같은 피해를 겪은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회원 20여명이 방청했고 무죄판결이 내려지자 회원들은 박수를 치거나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창동호 사건 피해선원 6명 중 4명은 2020년 7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이날 무죄가 선고된 장씨의 유족은 재심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지난 3월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은 재심에서 이번 재판에서 무죄를 구형하며 납북귀환어부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의지를 보여줬다. 창동호 사건 피해자 중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양모씨외에 모든 선원이 뒤늦게나마 무죄 판결을 받게됐다.
또 지난해 12월 피해자모임 발족 이후 첫 무죄판결이라는 점에서 향후 많은 피해자들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줄 사법당국의 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높인다.
김춘삼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대표는 “시민 모임 출범 후 첫 무죄 판결이라는 데 의미가 크고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며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은 권력자들에 의한 역사적 비극으로 개인의 잘못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기영·이현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