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이종섭 전 국방, 세번째 '尹 격노' 증언에 "국군통수권자로서 검사 출신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지적"

잇단 'VIP 격노' 회의 참석자 진술에 입장문…특검, 세번째 직접 목격자 진술 확보
특검 "이 전 장관도 불러서 조사해야 할 분…일일이 외부 주장에 반응할 이유 없다"

◇윤석열 정부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VIP 격노설'이 처음 제기된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잇따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화내는 것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내놓는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이 같은 맥락의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지적", "우려"이자 "행정부 내부의 의견교환 내지 의사소통 과정"이라면서 이를 '격노'라는 프레임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큰 틀의 기존 입장은 고수했다.

이 전 장관의 변호인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정확한 진실은 알 수 없으나 현재 특검의 수사상황에 비춰, 당일 회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의견에 역정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화를 냈다는 것은 어느정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전 장관 측은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지적하는데 그것을 격노라는 프레임으로 폄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병대 수사단의 최초 보고서에 개진된 의견은 업무상과실치사의 법리에 비추어 명백히 틀렸다"며 "(그 의견에 역정을 내는 것은) 국군통수권자로서 그리고 업무상과실치사의 법리에 상대적으로 밝은 검사 출신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지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그것을 바로잡는 과정에 있어서 행정부 내부의 의견교환 내지 의사소통 과정을 소위 '격노'라는 자극적이고 비법률적인 프레임으로 폄훼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행위 내용 자체가 정당한지 그렇지 않은지 여부로 평가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화를 낸 상황'에서 법리 해석을 두고 내려진 의견 표명과 단순한 '격노'에 따른 위법·부당 지시를 구분지어 법적 책임을 피하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즉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위법성이 없는 행위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구성요건이란 형벌을 부과하는 근거가 되는 행위 유형을 말한다.

'격노' 지시를 '프레임'으로 규정하면서, '법리' 해석에 대한 '지적'으로 치환한 것이다.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주장한 점은 현재 제기된 직무권한 남용이라는 직권남용 혐의를 반박하는 성격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 있던 인물로,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재를 번복해 VIP 격노설과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수사 대상이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해 31일 오전 11시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고, 이후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게 VIP 격노설 의혹의 큰 줄기다.

실제로 이 전 장관은 당일 오전 11시 54분께 대통령실 명의인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경찰 이첩 보류 및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그간 '당시 대통령의 격노로 느낄 만한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VIP 격노설'을 인정하는 직접 목격자들의 증언이 계속되면서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왕윤종 전 국가안보실 3차장이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 조사를 위해 15일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 마련된 해병특검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2025.7.15 사진=연합뉴스

채상병 사건 수사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최근 'VIP 격노설'을 인정하는 세 번째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은 지난 15일 순직해병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화내는 것을 목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왕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그날 회의에서 채상병 사망 사건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한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에게 화를 냈고, 임 전 비서관을 제외한 다른 참석자들에게 회의실에서 나가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당시 회의 참석자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의 격노설을 인정한 인사가 3명으로 늘었다.

앞서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은 지난 11일 특검 조사에서 기존 입장을 뒤집고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도 지난 14일 소환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크게 화내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이 회의 배석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수사외압 의혹의 시발점이 된 VIP 격노설 실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만큼 관련 진술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검팀은 당시 회의에 함께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정원장, 임기훈 전 비서관 등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입장문에 대해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이 전 장관도 불러서 조사해야 할 분"이라며 "일일이 외부 주장에 반응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채 상병 사망 사건 초동조사 당시 수사외압을 폭로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이날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박 대령이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박 대령을 상대로 임성근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비롯해 초동조사 당시 군 수뇌부로부터 받은 수사외압, 사건이첩 보류 및 회수 과정, 이후 박 대령을 겨냥한 군검찰의 표적수사 의혹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2023년 7월 채 상병 순직 사건 초동 조사를 지휘했다.

같은 달 31일 'VIP 격노설'이 불거진 대통령 주재 회의 이후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보류 명령에도 경찰 이첩을 강행했다가 항명 혐의로 기소됐고, 올해 초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특검의 항소취하로 무죄가 확정됐다.

박 대령은 최근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복귀했고 해병대 군사경찰 병과장 보직도 돌려받았다.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