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방법으로 주로 책을 읽어줍니다. 목이 아픈 정도의 수고만 감당한다면 천방지축 날뛰던 아이들로 정신없던 집을 조금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빠져 있는 책은 저도 어린 시절 숨죽이며 읽었던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입니다. 그림책만 보던 초등학생 첫째도, 아직 한글을 떼지 못한 유치원생 둘째도 셜록 홈즈의 이야기를 읽어주면 홈즈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귀를 쫑긋하며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토리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홈즈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물건, 목격자들의 진술, 자신이 알고 있던 과학적 사실 또는 사회적 뉴스거리 등을 종합해 가설을 세우고, 발견된 증거를 바탕으로 가설을 하나하나 검증해 나간 뒤 결국 범인을 찾아냅니다. 홈즈의 배경이 됐던 시대에는 주로 사건 관계자 또는 목격자의 진술,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물건 등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과학적 증거방법들이 개발되면서 위성사진, 범죄현장 근처의 CCTV, 휴대전화 착발신 내역, 카드 사용 내역을 비롯해 SNS상에 남긴 글이나 사진도 범죄 해결의 실마리로 사용되고 형사법정에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홈즈가 시간이동 하여 지금 우리가 사는 곳에 툭 떨어진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증거방법 등을 갖고 어떤 추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어느 날 우연히 서점에서 ‘그냥 하지 말라'는 책을 읽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모 신발회사 광고카피로 유명했던 ‘Just do it'에 대놓고 반대하는 제목이라 눈길이 더 갔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제가 느낀 점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늘 조심하고 사려 깊게 행동해야 한다, 거짓말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저는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연예인의 학교폭력이 SNS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는 현실은 누구도 과거의 허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알게 해줬습니다. 이러니 어린 시절 친구들을 좀 괴롭혀 본 사람이라면 성공하더라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학폭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지금도 논란이 되는 입영거부자의 병역법 위반 사건의 경우, 아무리 재판을 오래해 본 노련한 판사라도 입영 거부가 양심에 따른 것인지, 단순한 병역 회피인지를 명쾌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결국 그 병역거부자의 ‘인생 자료'를 보게 됩니다. 학교생활부를 통해 학교 생활은 어떠했는지, 주변인의 탄원서 등을 통해 사회 생활은 어떠했는지 알아보는데 여기까지는 홈즈 시대의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병역거부자의 웹하드 또는 인터넷 게임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만약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주장하는 사람이 과거 음란물을 올리고 호전적 내용의 게임을 즐겨 했다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라고 인정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떤 게임을 즐겨했는지,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봤는지, OTT에서 주로 본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SNS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내가 사용한 신용카드, 전화 내역 등등 우리는 매일 셀 수 없는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이런 흔적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우리는 과거의 나를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정말로 착하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