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국민의 투표
견제와 균형 선택
화합 출발점 되길
이번 대선의 흐름은 별달랐다. 야권의 정권 교체라는 명분이 상당히 호응을 얻어 앞서는 것 같더니 정권 재창출이라는 명분이 다시 호응을 얻는 모습이었다. 여러 개의 통계는 야권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어떤 조사는 여권에게 승리메시지를 보여 주기도 하였다.
참으로 막상막하의 혈전이 전국에 걸쳐 벌어졌다. 외신은 이것을 ‘Neck and neck(막상막하)'이라고 전했다. 엇비슷한 투표 집계 결과가 이것을 방증한다. 그 차이가 불과 0.7%라는 것은 말 그대로 Neck and neck이다. 이런 경우 정치분석가는 국민으로부터 완전히 지지받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양쪽이 다 안타까워하는 속에서 대권의 이동이 정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평한다는 것이 어렵고 어렵다.
하지만 이 결과는 우리에게 무엇을 암시하는가. 먼저 직관적으로 감이 오는 것은 오만과 특권의 반칙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이제민주주의가 성숙해 특정한 집단의 오만과 불손을 투표로 응징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무언가 희망하여 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많은 토론을 거치고, 친구에게 물어보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자신들의 소중한 한 표를 만지작거렸다. 아마도 모든 국민이 주변에 수없이 물었을 것이다. 그것을 수로 표시하면 투표수의 몇 배나 될 것이다. 이렇게 소중한 표는 그날 심판의 현장에 투입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어귀를 고른다면,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하는 성경 말씀이다. 집권당은 거대 국회 의석수를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사용한 일이 없는가?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다수를 차지한 여당으로 백성들의 아픔을 동감하지 못한 것이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 아무튼 지난 선거들은 민주당에 다수의 국회의원을 선출시켰다. 힘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정치적 환경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번 선거는 보여 주었다. 직관적으로 말해 ‘정치는 더욱 겸손해라'이다. 이제 권력을 등에 업고 대중을 현혹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미국에 사는 동안 미국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 같으나 민주의 뜻대로 두툼한 투표 봉투를 행하는 것을 볼 때 성숙한 민주주의를 엿볼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임시정부의 요인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바라보며 암흑기에 무엇을 희망했는가 하니 대략 다음의 네 가지였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였다. 정치는 독립과 민주의 염원이었으며, 경제는 어렵고 가난하고 척박한 조선 식민지 민족의 행복한 삶이었다. 물자도 없고, 인프라도 없어 헤쳐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독립운동을 한 것이다. 그 기초는 교육이었다. 학교를 세워준 선교사나 지도자를 통해 이 민족은 희망의 불씨를 끄지 않았다. 그리하여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를 열망하게 하였고, 그 결과는 오늘날 세계 최고의 수준 높은 교육과 10대 경제 강국이 되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세계 최고의 정치를 보여 준 것이다.
이제 해야 할 것은 얼마나 화평하며, 화합하며 이 에너지를 승화할 것인가이다. 정치가 성숙하고 있으니 경제는 더 성숙해야 하고, 이것을 뒷받침할 미래 세대를 더 잘 교육해야 하고, 우리 고유의 문화 강국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암흑기에 독립을 위해, 그리고 전쟁 참화에서 오늘날 세계 최고의 경제를 일궈낸 선배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자 나아가자. 더 힘차게, 그리고 겸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