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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동강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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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산하에 봄이 찾아왔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희망을 많이 얘기한다. 강원의 봄은 동강할미꽃의 개화로부터 시작된다. 동강할미꽃은 강원도에서만 피는 꽃으로 영월, 평창, 정선, 삼척 등 강원남부 석회암 뼝대(?)에 서식한다. 영양분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석회암 암벽에 터를 잡은 이 꽃은 흰색, 노란색, 보라색, 청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동강할미꽃은 척박한 백두대간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며 아름다운 문화를 피워내는 강원인과 닮아 있다. 벼랑 끝에 애절하게 꽃을 피워낸 모습은 애간장을 태우기도 하고 대견해서 오래도록 사랑을 받게 만든다. ▼식물분류학자들은 서식지인 석회암지역은 영양분이 없는 지역으로 많은 변이를 만드는 환경을 갖고 있다며 다양한 색이 발현하는 것도 이런 빈영양의 결과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이른 봄에 피는 꽃의 다양한 색은 매개하는 벌을 더 쉽게 유혹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지난 7일부터 양지바른 장소에서 피기 시작한 동강할미꽃은 한 달간 벼랑을 올라가며 꽃잎을 피운다. 정선 귤암리, 영월 문산리 등 꽃 자생지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옛날 선조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세 가지 방법으로 즐겼다. 첫 번째는 직접 발을 딛고 찾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감각기관을 이용해 앞에 펼쳐진 자연을 직접 경험하면 그 느낌과 감흥은 몸으로 직접 흡수돼 즐거움이 배가된다. 두 번째는 직접 몸을 움직일 수 없다면 책 등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산수를 담아낸 그림을 집 안에서 보며 감상하는 것이다. 대자연의 풍광을 방 안에 앉아 경험하는 것을 ‘방 안에 누워 유람한다'는 의미로 ‘와유(臥遊)'라고 불렀다. 올해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강원인과 닮은 동강할미꽃으로 치유해 봄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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